사제로 서품된 신부님은 감격의 첫미사를 집전하시고 나직한 사자후(獅子吼)를 토하셨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님의 치마를 어깨에 두르고 종알종알 대며 신부님 흉내를 내던 기억이 납니다.
사제가 되고자 수업하던 중 한때 좌절하여 베갯머리를 적시며 울며 지새워던 그 고독한 날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죽어야 하는데 이제 그 길을 어떻게 잘 걸아야 할 것이며 어떻게 그 직분을 감당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니 마냥 두렵고, 떨리기 조차합니다.』
그 소리는 겸손의 소리, 절차탁마(切嵯琢磨)하던 괴로움의 소리, 고결한 영혼의 소리, 해탈의 소리, 하늘의 소리였다.
부드러우나 무게가 있었고 나지막하나 높았으며
얕으막하나 깊었다.
장내는 숙연했으며 여기저기에 눈물을 찍어내는 반백의 아낙들이 꽤나 있었다.
세속에 찌든 우리의 누런 동공을 잠시나마 씻어 주는 한 떨기 진주였고 천량의 재물보다 더 값진 금은보화였다.
천주여!
신부님이 천상 은총의 특온에 힘입어 세말까지 양들과 함께 살다 양들과 함께 죽게 하소서!
우리 모두가 그 말씀을 지켜갈 결단과 용기를 주시어 이웃과 함께 영원한 삶에 이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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