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성년 이래 또 다시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이 활짝 열렸다.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연지 20년, 교황 재위 5년에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지난 78년 10월 교황으로 선임된 직후 피력하셨던 권고를 새삼 상기시키면서 1983년을 특별 성년으로 선포하고 『구원자께 문들을 열라』(APERITE PORTAS REDEMPTORI)고 외치신다. 이번 성년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의미는 여러 차례 본보를 통해 소개해 온 바와 같이(※본도1335ㆍ1336ㆍ1337ㆍ1339ㆍ1345ㆍ1346호 참조), 성년은 구약성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라틴어로 JUBILEUM 즉 수확이란 뜻이 된다고 한다. 교회에서는 죄인과 냉담자들을 위하여 특별한 편의를 베풀어 통회 보속을 장려하는 것이다.
1983년은 옛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 사업을 이루신지-주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지-정확한 연대를 문제 삼지는 않고-19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교황 성하께서는 이 뜻 깊은 해에 온 인류가 구원 사업에 대해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며 하느님과 이웃과의 화해로써 하느님의 사랑에 충실하도록 권고하신다. 이번 성년은 3월 25일 성모영보 대축일에 시작하여 84년 4월 22일 부활 대축일까지 거행될 것이다. 실로 교황 성하께서 작년 12월 추기경단과 로마의 고위 성직자들에게 행하신 연설문의 표현처럼 잉태에서 부활까지 그리스도는 구원자(REDEMPTOR)이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세주의 생애를 단계마다 거쳐 가면서 그분의 구원 성업의 열매를 얻어 누리게 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성년은 구원의 성년이며 각별히 마리아와 관련된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교황께서는 또 성년 선포문에서 특별히 교회가 3천 년대의 시작을 향하여 다가가면서「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을 충실히 보존해야 할 소임들」을 강조하고 구원 성업 20세기의 이 마지막 시기를 쇄신하고 심화된 대림 정신 속에 살도록 권고하신다. 이 대림 정신에 의하여 교회는 주께서 우리의 비천한 인간 본성 속으로 태어나기를 동정녀 마리아께서 기다리시던 것과 같은 심정으로 다가오는 3천 년대를 예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제에 우리는 성년과 우리 한국 교회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성년은 2백년 우리 한국 교회를 위해서 너무나도 은혜로운 한해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먼 역사를 들추어볼 것 없이 1930년 그 어렵던 세계의 경제적 불황 가운데 왜 정치 하에서 실의와 낙담으로 신앙의 순수성을 보전하기 어려울 때 제24회 성년을 맞이하였고 1950년 6ㆍ25전란의 와중에서 한국 교회 전체가 존폐 위기에 직면하였을 때 또 한 번 성년을 보냈으며 휴전 협정 직후 여전한 경제적 궁핍으로 밀가루가 유행하던 시절에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성모님의 해를 지냈으며 1975년 정치적 불안정 가운데 교회와 정부가 극도의 긴장 상태를 보일 때 화해와 쇄신의 성년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교회 2백년 대망의 1984년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오늘 한국 교회는 온통 2백주년 신앙의 유산을 보전하자는 운동과 기운이 역연하다. 앞서간 순교 선열들의 피로써 증거하여 보인 신앙적 귀감을 2백년 한국 교회의 주역인 우리는 온 몸으로 체득하며 이 시대의 순교자 증거자가 되고자 한다.
교회 역사 2백년에 여전히 신자 수는 5천만 전인 구역 3.8%인 1백50~60만을 헤아리고 있다.
2백주년을 맞는 뜻은 무엇인가 앞서간 순교자들 시대에는 스스로의 신앙을 피 흘려 목숨 바쳐 증거 하였다고 한다면 오늘 우리 시대 우리들의 과제는 이 시대 우리 민족 전체를 구원에로 인도하든가 아니면 그대로 여전한 시대적 병폐 속에 언제까지나 방치하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이미 한국 교회는 수년전부터 은총의 세월을 살아왔으며 1983년과 1984년의 길목에서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성모님께 의탁하며 순교 선열들의 삶과 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하고자 애써 온 것은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더욱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때에 성년이 선포되고 내년에는 교황님이 우리들을 찾아오신다고 한다.
참으로 앞서간 순교자들의 피로 이루어진 오늘의 신앙적 터전이 그 얼마나 은혜롭고 감격스러운가. 진실로 성년을 거룩하게 산다는 것, 2백년 한국 교회를 산다는 것은 바로 인간의 구원자(REDEMPTOR HOMINIS)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정신과 죽음을 그대로 살다간 순교자들의 삶을 산다는 것이 되리라.
2백년 교회 역사 가운데 전반부 1백 년 동안 온갖 고난과 박해를 당하던 그 시대에도 순교자가 있고 배교자가 있었다. 또 다시 있고 배교자가 있었다. 또 다시 은총의 해 성년을 보내면서 오늘 우리는 거룩한 한 해를 살 수도 있고 정신없이 한해, 한세월을 보내버릴 수도 있다.
확언하면 이 시대의 순교자 증거자가 될 수도 있고 배교자 무신앙자로 남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전한 일상성 속에 습관적이며 단편적 기계적 신앙생활을 그대로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머리를 돌리고 마음을 뜨겁게 하여 쇄신과 화해로 순교자의 후예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2백년 한국 교회를 사는 나 자신의 결단 여하에 달려 있다. 2백년 교회를 살고 3백년 교회를 대비하는 것은 바로 교황 성하의 권고대로 3천년 교회를 앞당겨 살며 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시대 성년을 사는 신앙자 당신은 순교자가 되려는가, 배교자가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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