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교회에 새로 나오기 시작한 예비교우 한분이 있다. 국민학교 교사이고 나의 중학교 후배이기도 한데 나의 데뷔 작품을「抽象의 늪」을 세 번이나 읽었고 읽으면서 전율을 하였다고 말하여 나로 하여금 더욱 전을케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여러 개 신교회들을 두루 구경해 본 끝에 드디어 우리 교회에 안착(?)한 그런 사람이었다. 좀 더 성실히 말하자면, 그는 단순히 개인의 영혼 구원을 목적하여 하느님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이 세상의 등불일 수 있는 교회, 이 땅 이 시대의 길잡이일 수 있는 교회, 그러기 위해서 세상의 온갖 불의와 용감히 맞서 싸울 수 있고 싸우는 교회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그러니까 행동하는 교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신앙을 가지기 위해 고뇌하고 추구하며 열심히 여러 교회의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찾아간 교회들에서 매번 실망을 하였다. 그가 추구하고 의지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저 천당 지옥만을 떠들어대는 요란스러운 하나님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옥에 떨어지지 말고 천당에 가라는 강요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성령의 은혜를 받으라는 강요만이 요란할 뿐이었다.
실망한 그는 마침내 우리 교회로 왔다. 마지막으로 찾아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우리 교회에서 교회의 커다란 의지와 굳건한 힘을 발견하였다. 교회를 통해 세상의 진실과 거짓들을 두루두루 상세히 알 수 있게 되었고, 더욱 큰 의지를 배워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뼈저린 좌절과 슬픔을 위로받고 달랠 수도 있게 되었으며 어떤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그는 지금 몹시 기뻐하고 있다. 그에게 무엇보다도 즐거운 것은 자신이 지금「시대의 아픔」에 간접적으로 나마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희망을 안고 매주 성당에 나오며 열심히 예비하고 있다.
그는 곧 강한 신자가 될 것이다. 교회가 그에게 실망을 주지 않은 한…그런데 좀더 최근에 그분을 둘러싸고 괴이하고도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개신교 신자들이 그를 비난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와 천주교를 싸잡아 비난하는 말이 곳곳에서 분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분분한 말들 가운데서 가장 딱한 것은, 그가 구원을 받을 수 없는 마리아의 교회-마리아를 믿는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다. 그 말끝에는 마리아는 예수님 탄생에 몸 만빌려 주었을 뿐인, 그리고 지조 없는 여자라는 말도 따라 다닌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곳 개신 교회의 목사님들이 신도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그분들은 신자들처럼 그렇게 우매 하는지 않을 것이다. 그분들은 적어도 공부를 한 사람들로서 천주교와 개신교의 역사 따위를 알고 있는 한, 천주교가 하느님의 교회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우매한 신도들을 묵인하거나 고의적으로 그릇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런데 성모님께 까지도 폐를 끼치며 개신교 신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는 우리의 그 예비교우는 『참으로 딱한 사람들』이라며 혀를 찼다.
교회가 진정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할 이 때에, 그리스도의 참 사도로서 가난하고 힘없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울 생각을 않고 아직도 전근대적인 무지몽매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예수님 어머니를 끌어내리며 천주교회나 욕하고 다닌다니, 참 딱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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