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 한때 하느님을 몹시 기피한 적이 있었다. 지금 찾아 꺼내 읽어보면 낯간지러우리만치 날 비린내가 물씬물씬 풍기는 글을 쓰고 옆구리엔 이해하지도 못하는 니이체 싸르뜨르 등을 끼고 다니며 어거지품을 잡던 그런 때였다.
하여간 하느님을 기피하고 거부하는 것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부모님 속을 이만저만 썩혀드린 게 아니었다. 어머니가 고백실에 들어가서 눈물을 흘릴 정도 였으니…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때 고(高) 신부님께서는 어머니에게 『그 애한테는 필요한 과정 인지도 모르고、장차 더욱 튼튼한 신앙을 가지게 될 테니 너무 상심 말라.』고 하셨다나…
매우 사려가 깊으셨던 분으로 기억되는 고 신부님께서는 내가 청소년기의 방임적인 사고에 의하여 이를테면 반신론(反神論)적인 사유(思惟)의 범주에 잠시 머물다가 나올 것으로 낙관을 하셨던 듯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가슴이며 신앙생활 등을 살펴보면 고 신부님의 그런 예상은 비교적 적중한 듯도 싶다. 내 청소년기의 상당 부분이 신으로부터 연유되는 고뇌스러운 문제들、몹시 음울하고 질척한 슬픔으로 암회색 되어 있음을 나는 오늘도 선명하게 기억하지만、그러나 역시 돌이켜보면 반신론적 사유의 범주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였던 듯 싶은 것이다. 말하자면 조물주에의 응석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반신론의 우울한 그림자는 「피조물의 억울함」과 결부되어 오랫동안 내 가슴을 괴롭혔던것 같다. 내가 피조물의 억울함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과거 월남전의 극한상황에 몸을 담았을 때도、절실하게 신을 찾고 의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조물의 억울함에 눈물까지 흘렸던 것이었다.
하여간 내가 피조물의 억울함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가슴으로 신과 조우하며 내 생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기까지에는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된 나의 가슴을 이웃에서 나누어주고 싶은 욕망까지 가지게 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하여튼 나는 지금 이 쯤의 마음자리에 서있다.
이제 또 내 기쁜 가슴의 모태이며 근거인 예수 부활-대축일을 맞는다. 이날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는 우리의 새 형제들이、새 생명들이 탄생할 것이다.
새 생명들의 탄생은 실로 장엄하고 아름답다. 너무도 거룩하고 영광되게 보여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하느님을 찾고 탐구하고 진리를 깨우쳐 영세 입교하는 분들을 보면 그지없이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하다. 왜 그런고 하니 내가 만약 부모님을 잘못 만나서 하느님과 무관한 채로 성장하였다면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하느님을 찾고 특히 가톨릭을 택하여 영세 입교하는 저런 모습일 수 있을까-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하기야 내 가슴 발은 믿음의 씨앗이 쉽게 내릴 법도 하다. 감동이 헤픈 내 가슴 발의 토질은 아무래도 순량한 성향일 듯싶고 그만큼 믿음이 가능하겠다. 싶은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냉철한 이지의 운동보다는 감정의 발화 쪽이 더 우세하고 사고의 즉흥성도 농밀하여서 아무래도 가톨릭보다는 프로테스탄의 그물에 걸려들 확률이 더 클 것만 같다.
내 의지와 노력으로 하느님은 찾을 수 있으되、가톨릭을 택할지는…영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고의 결과로써 나는 내 부모님께 극진히 감사를 드리며、우리의 새 형제들에게 존경과 부러움을 가지는 것이다.
오늘 탄생하는 새 형제자매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축하와 축복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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