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가 2백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중에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직접적인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북한선교사업이고, 또 하나는 명인개안무료수술 자선사업이다. 물론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이들뿐만은 아니겠지만, 특히 북한의 형제들과 앞못보는 형제들을 위하여 작은 일이나마하고자 하는데도 그만한 이유가있다고 본다.
즉, 2백주년 기념 계획 준비를 위한 9대원칙 중에는「시대성」과「대외성」의 원칙이 있으니 북한 선교 사업은 바로 1백주년 기념 제나 3백주년 기념제에서는 없었고 또 없을, 아니 없어야 할 분야이며 따라서 2백주년 기념제가 지녀야 할 고유한「시대적 특성」중 하나라고 하겠다.
그리고 2백주년 기념제가 한국 천주교회만의 대내적인 목적을 가지고 自祝的인데 그치고「對外的」인 善行에 혹시라도 너무나 인색하면 이러한 기념제는 교회의 존재 목적에도 위배된다고 볼 수 있으니 교회는 의인들을 위해서보다도 죄인들을 위해서이고 건강한 이들을 위해서보다도 불구의 몸을 가진 형제들을 위해서 더욱 그 존재 가치가 뚜렷해진다고 하겠다.
혹시라도 우리의 2백주년 기념이 空念佛이 되어, 빈 말이 넘치는 이기주의적인 祈福신앙적 운동이나 거룩하고 유명한 이야기로 가득 찬 말의 잔치나 또는 성대하고 요란한 대회에 휘말려 들어가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 중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아무런 善을 베풀지 못하게 되지나 아니할까 걱정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천주 교회 2백주년 기념 주교위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께서 친히 하셨던 善業을 온 교회가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창립된 이후에 그동안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1백50년 간이나 선교사들의 지도하에서 외국 신자들의 실로 막대한 원조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지나간 한국동란 중에 우리가 자유 무방 여러 국민들로부터 받은 원조는 엄청난 분량이었다. 이러한 외국 신자들의 원조로 우리가 궁핍을 면하고, 이렇게 생존하는데 큰 덕을 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 원조로 인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정신병적인 해를 입을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아직도 한국 천주교회는 교황청의 원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고, 주교들이 대신학교 설립이나 운명을 위하여 해외에「구걸 여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임을 듣고 있다.
더욱이 도시와 농어촌의 혹심한 격차 현상이 사회에서 보다도 교회 안에서는 더 심각하지 않은지 염려스러운 이 때, 맹인 개안 무료 수술 자선사업은 우리 한국 교회로 하여금 다음의 몇 가지 결과를 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 교회가 말로만 하기 쉬운 사랑의 실천을 수행한다는 일이 아니라도, 우리는 항상 이러한 사업을 지속성 있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출발부터 능력 이상으로 대규모 사업 전개보다는 힘에 맞게, 서서히 묵묵히 추진할 것이다.
또한 이번의 기념 적인 자선사업은 한국 천주교회가 2백주년을 기념하는 때를 계기로 하여 재정 자립의 발자국을 내딛게 하는데 큰 뜻이 주어질 것으로 본다.
교회의 재정 자립이란 인사 자립의 전주곡과도 같은 것이며 이것은 세속적 의미의 교만한 마음이나 혹은 과격한 독립심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보다 못한 형제들에게 다소의 도움이라도 더 끼쳐 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원조 구걸의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교회 운영에 임하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진정한 그리스도의 정신을 직접 실천하는 의식의 聖化를 위하여 큰 계기를 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자선사업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 한 가지 작은「목소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생선을 한 마리 사 주는 것보다는 낚시질하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이번 기념 자선 사업은 오늘의 한국 사회 안에서 적지 않은 종교들이「종교를 위한 종교」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할 정도로「비 종교계」를 위한 사업에 비 적극적인 편인데 비해서, 다른 종교단체들도 이와 유사한 성격을 띤 일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속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우리들 자신이 착하고 좋은 일을 직접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다른 이들로 하여금 좋은 일들을 하게 만드는 것은 더욱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번 자선사업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善業의 기폭제가 되어 온 사회가 구석구석에서 고통 받는 이들과 共生하는 세상이 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어렵다」는 옛말이 있듯이 전체 국민의 5%정도밖에 안 되는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이 다른 많은 일을 중단 시 않으면서 이러한 기념 자선 사업을 불량면에 있어 흡족할 만큼 처음부터 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일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착안하였고, 시작하였다는 그 본질적인 정신 자세면에서 그리고 지속시키는 계획 수립의 意志를 우리는 높이 평가하고자 하며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는 온갖 난관을 극복할 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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