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다녀오세요」
합창 소리에 가슴이 메어 눈물을 머금고 되 돌아와 털썩 주저앉으니 아이들이 몰려와 아프냐고 묻는다.
어찌 아프다고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랴. 밤새워 참은 가슴 아픔이 눈물로 쏟아지려 한다.
친척의 채무 관계로 온가족이 거리로 밀려나고 말았다. 주인 잃은 가구를 길에 쌓아 둔 채 우린 길 잃은 양이 된 것이다.
이때 몸서리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랴. 한 맺힌 분노가 먼저 이글거리는….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고 용서받기보다는 요서 하는 신앙인이라 해도 이럴 때 어디서부터 사랑하고 어디까지 용서해야 하는 것인지 미약한 나로서는 견디기 힘든 시련이기만 하다.
처자식을 여인숙에서 재운 데서야…그러나 현실인 걸 어쩌랴. 그래도 이슬맞지 않는다고 감사해야 할까? 두렵고도 모를 일이었다.
거리가 조용해질 무렵 나는 어떤 힘에 따라 감사하는 마음을 되찾았다. 길모퉁이에서 리어카 장사 가족들이 일을 정리한 뒤 그 자리에 천막을 펴고 아이들을 재울 채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누더기 이불이지만 한 가족이 덮은 이불이 왠지 따스해 보였다.
아픔이 뒤엉켜 풀리지 않는 매듭을 안고 돌아오면서 나는 결국 그 가운데 주님이 계셨고, 주님은 나를 버리지 않고 기억하심을 인식시켜 주셨음을 깨달았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 내고 오직 주님 계실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이처럼 믿음이 약한 저를 기억하시고 사위어 가는 제 신앙에 부활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오늘 부활이 끝없는 출발임을 알았습니다. 주님을 믿는 삶은 영원한 부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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