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로서 빛나고 계신」(교회헌장68)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도록 교회가 지정한달인 5월, 곧 성모성월을 우리들은 맞이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교회의 생명현상으로서 성모 마리아 공경을 늘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성당에 들르는 신도들이 제일 먼저 찾는 것은 본당 구역 안에 서 있는 성모상이다. 바로 그 성모상 앞에 꿇어앉아 기도를 하고 있는 신도들의 경건한 모습을 우리는 늘 보게 마련이다.
실은 마리아에의 신심은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들의 마리아 공경열은 왕왕 교회의 생명 원리인 성령으로부터의 틀림없는 생명과 진리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올해의 성모성월은 특히 한국 천주교회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때인 만큼 우리는 다른 해와는 달리 마리아 공경에 대해서 반성적으로 생각하며 그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믿는 바이다. 특히 현대의 우리 신도들이 놓여 있는 역사적 상황에서 마리아 공경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깊이 성참하여야 할 것이다.
올바른 마리아 공경에 의해서 오직『이제로부터 모든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할 것이다』(루까1ㆍ48)라는 마리아의 예언적인 말이 성취될 수 있기에 말이다.
마리아에의 신심의 성서적 기초는 복음사가 루까가 전하는 처녀 마리아의 기쁨에 찬 노래인「마니피깟」, 곧 성모의 찬가(聖母의 讚歌)에 (루까1ㆍ46~55)뿌리 바고 있다. 이 성모의 찬가는 정통한 아 마리아 공경의 확증인 동시에 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들의 마리아 신심은『내게 큰일을 해주신 전능하신 분의 은혜입니다』는 (루까 1ㆍ49)신명기 10장 21절의 인용이기도 한 이 성모 찬가의 한 구절에 나타난 주님이 마리아에게 위대한 일을 하셨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뿐 다른 것이 아니다. 교회 내 마리아 공경의 힘은 이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하느님의 어머니에게 하신「위대한 일」은 하느님이 이스라엘의 구원 역사의 한 단면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하느님이 구약시대에 모든 일을 준비하셨기에 하느님의 영원한 아들을 신인(神人)으로서 하느님과 인간과를 화해시키기 위하여 마리아를 통해서 인류의 역사에 개입한 것이다.
『주님은 거룩하신 분,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세세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라는(루까 1ㆍ50) 성모의 찬가에 나타나는 하느님의 자비를 마리아를 공경하는데 있어서 깊이 생각하여야 하겠다.
왜냐하면 마리아에게 행해진 큰 일이 하느님 자비의 결과이기에 참된 마리아 공경은 이 마리아에게 대한「하느님의 자비」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여야만 구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들을 실재의 인간이 되게 하여 하느님의 자비이신 그리스도와 인류를 접촉시켜『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인자와 사랑을 나타내셔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라는(디도 3ㆍ4)말대로 구원의 현실을 이룬 것이다.
이야말로 참 가톨릭적 마리아 공경의 기초를 이룬다. 하느님의 자비는 마리아에게 있어서 마리아를 통해서 실재의 인간이 됐기에 구원의 현실을 인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리아에의 공경인 것이다.
우리들은 마리아를 공경 찬미함으로써 그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에게 나타난 그리스도 자체에게 도달한다.
우리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마리아를 찬미하여야 한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교만한 자들의 꾸민 일을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라는(루까 1ㆍ51~53) 이 성모의 찬가의 구절을 우리들은 마리아 신심에서 좀 소홀히 하는 것 같다.
바오로6세는 성모 마리아의 능동적인 역할에 대해서 말하는 가운데 마리아는 압박된 자의 승리를 위해서 힘쓰고 피난과 추방을 참고 곤궁한 자를 도와주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들은 마리아를 공경, 찬미하면 할수록 더욱더 보잘것없는 사람, 배고픈 사람, 압박된 사람을 위하여 희생적 봉사와 투쟁을 해야 할 것이다. 참된 마리아 공경은 소외된 인간에게 관심을 쏟게 하고 마리아에의 신심은 인간 해방에의 행동으로 나아가게 해야 할 것이다.
마리아의 마니피깟 공 성모의 찬가는 개인적인 동시에 또한 사회적이다. 마리아의『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체험은 결코 하느님과의 개인적 순수한 내적 정신적인 관계가 아니다. 마리아는『하느님의 갖가지 은총을 잘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베드로 4ㆍ10)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우리들 한국의 하느님 백성은『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고 기쁨에 이 마음을 설레이기만 합니다.』라고(루까 1ㆍ47) 노래하는 마리아는 신앙 때문에 복된 사람으로 찬미되고 있다. (루까 1ㆍ45)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과 일하심에 신뢰를 둔 마리아의 신앙 자세를 우리는 공경하는 가운데 따라야 하겠다.
성모성월에 즈음하여 이 땅의 그리스도 백성들은 2백 년 동안 성장한 가톨릭답게 신심의 외면적인 형식이나 행사에만 쏠리지 말고 성모님 공경을 우선 성서의 정신에 따라 복음 자체의 전 메시지와 합치도록 하고 또한 교회의 전례적 기도로 행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어머니, 예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신앙인의 어머니는 나그네 길을 걸으며 성모성월을 지내고 있는 이 땅의 하느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로 빛나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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