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사에서 마련한 크루즈 성지순례 취재차 이스라엘을 찾게 됐다. 그간 몇 번의 경험으로 이 나라의 까탈스러운 출입국 절차를 익히 알고 있던 바여서 도착에 앞서 나름 긴장이 됐다.
늘 테러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는 국가적 상황, 그렇기에 세심할 수밖에 없는 보안 검색.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나 출입국 때마다 위압적인 검색 요원들 태도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그런 우려에 비해 입국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도착 하루 전 이미 배안에서 비자 수속이 끝난 때문이기도 했다.
갈릴래아 지역 순례를 위해 하이파 항구에 도착했던 이스라엘 첫날 일정은 그렇게 무사히 지나갔다. 그런데 둘째날 예루살렘 방문을 앞두고 아스돗 항구에 내렸을 때 예상치 못했던 복병을 만났다.
현지 가이드 등 진행 스테프들과 만나기 위해 순례단 모두 하선 한 상황이었는데, 버스가 배의 정박 장소에 진입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버스와 가이드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나라임이 실감 됐다.
문제가 꼬인 배경은 그야말로 현재 이스라엘의 지역 문제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당시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소식 직후. 각 국경 출입국 검사는 보다 삼엄해 진 상태였고 순례단 버스 기사가 팔레스타인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 지연 사태의 주 요인이라고 했다.
예수님이 탄생하신 곳, 베들레헴은 대표적인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이다. 이스라엘에 의한 거대한 보안 장벽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이곳 순례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지역민 기사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장벽 앞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들어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기사가 일하게 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 였다.
베들레헴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러한 가이드 설명에 새삼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베들레헴에서부터 순례 일정이 시작됐다. 8m 높이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의 실상을 다시금 체험하는 순간. 그 안에 갇혀있는 베들레헴은 ‘거대한 감옥’ 느낌이었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오신’ 아기 예수님의 평화스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베들레헴 쪽 장벽에 낙서처럼 표현된 팔레스타인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 울분이 이전보다 더 마음에 와 박혔다.
분리 장벽은 2002년 2월부터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의 테러 공격 차단 명분으로 예루살렘과 서안지역 외곽을 따라 건설하기 시작했다. 2020년 완공 예정으로 알려지는데 총 810km 길이에 4조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과격분자의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미에서 ‘보안장벽’(Security Fence)이라 부르고 있으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를 ‘분리장벽’(Seperation Fence)이라고 부른다. 그로인한 고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 직장에 갈 때 검문을 받아야 하는 경우 검문소에서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허다하고 생이별 하는 가족들도 생기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도 지난 2004년, 보안 장벽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기에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지만 이스라엘은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같은 지형 안에 살면서도 두 개의 도시로 완전히 분리돼 절대 섞여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애가 예수님의 땅 ‘성지’(聖地)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샬롬’(평화)이라고 인사를 건네면서도 그 어느 곳에서보다 평화가 갈구되는 이스라엘의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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