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은 아사코와의 애틋한 사랑이 맑게 담긴 아름답고 애틋한 추억의 수필이다.
오래전에 도쿄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인연」의 아사코였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사코를 이상적인 연인으로 키워왔음을 언젠가 TV 책 읽기 프로그램을 보고 알았다. 아사코는 지난 추억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작고 귀여운 아사코의 웃음은 생각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아사코의 얼굴, 세상이 온통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확신한 어린 시절이 모두에게는 분명히 있었다. 아사코는 스위트피처럼 귀엽고 목련처럼 순결한 아가씨였고 세상에 지쳐 시들어가는 백합이 되어 모든 사랑에 그리움을 채색하였다.
선생의 글은 산골소년처럼 맑고 다감하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아름답게 사는 작가는 93살의 나이에도 아사코를 말하며 티 없이 웃었다. 그리움은 평생 동안 바랠 줄 모르는 순결한 언어였다.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통과 절제와 인내가 따른다. 백합처럼 시들어 가는 아사코에게도 목련처럼 청초하고 꿈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속에 스위트피가 피고 버지니아울프의 시가 흐르는 동안에는.
아무리 퍼주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만이 작가의 노년을 동반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작은 수필 「인연」은 늘 아름답고 순수한 빛으로 남아 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선생이 천국으로 떠난 2007년 오월은 녹음이 눈부시게 빛났다. 선생은 우리 곁에 인연의 맑은 향기로 가득한 숲을 하나 만들어 등불 매달아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고 가셨다. 인연의 끈을 단단히 묶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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