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시성이 아니어서인지, 2005년 선종한 그를 이미 잊은 것인지, 한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바티칸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인지는 몰라도 관심 밖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이도 있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복됐다. 104차례, 129개국을 사목순방해서 ‘행동하는 교황’, 교의적 측면에서 양보없고 의심없는 태도를 보여주어 ‘확실성의 교황’, 채석장 일꾼과 수질정화부로 일했고 노동자를 위해 애썼던 ‘노동자의 교황’. 그렇게 널리 칭송받고 불리었던 ‘시대의 교황’이다.
교황청 시성성이 생긴 이래 전임 교황들의 재임기간 동안 시복시성된 이들이 1000여 건 남짓인데,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 취임한 1978년부터 27년간 시복시성된 이들이 1385건이다. 그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103위 성인도 있다.
한국교회에 보내는 지대한 관심은 어떠했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정부에 요청했고, 1984년과 1989년에는 한국을 직접 방문해 시성식과 성체대회를 봉헌하기도 했다. 순교자의 땅에 감격에 겨운 입을 맞추며, 한국교회를 만나 떨리는 가슴을 감추지 못하고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던 교황이다.
이러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복자’가 돼 돌아왔다. 살아서 우리에게 힘이 됐던 ‘빠빠(교황)’는 선종해서도 우리의 기도를 전구해주겠다고 한다. 자신에게 총을 겨눈 젊은이를 용서해 용서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숨을 거두면서까지도 ‘행복하십시오’라고 우리의 행복을 빌어주던 교황, 그러한 그의 시복을 우리는 과연 남의 일처럼 볼 수 있을까.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더불어 그를 통해 기도까지 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시 한 번 말해보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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