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IMF가 터진 뒤 1년 남짓 한 실업기.
벌써 3년전의 일이 됐다. 젊었기에 쉬는 일은 더 힘이 들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막상 공부할 때는 놀고 싶지만 타의로 공부를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는 아이들이 한없이 부럽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직장을 잃어야 하는 심정은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내탓이 아니라고 위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끈불끈 솟는 자기비하의 나락은 어쩔 수 없이 절제없는 생활로 이어졌다.
친구들을 만나 넋두리하기도 한두달이지 몇 달씩 이어지는 푸념에 나중에는 절친하던 친구들도 술자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낙동강 오리알처럼 길거리에 팽개쳐진 나는 이제 헤어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주위에서 누구도 이제는 위로의 말 한마디도 아끼던 처지였지만 어머니의 기다림과 인내는 늪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는 나를 기어이 건져냈다.
처음에는 귀찮을 정도로 나무람을 주시던 어머니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저 지켜보고만 계셨다.
이른 새벽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며 생활의 터전이던 시장으로 나서던 어머니는 그 꼭두새벽에 따뜻한 밥 한 공기를 퍼놓으시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워낙 새벽길이라 전날 저녁밥을 전기밥솥에 담아두시는 것으로 대신하던 어머니는 못난 자식이 조금이라도 비관할까 더 세심한 신경을 쓰셨던 것이다.
밥 한 공기로 기운을 차린 나는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가정을 꾸렸다.
나도 내 자식에게 그런 사랑을 줄 것이다. 그것이 사람 사는 도리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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