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영그는 10월이 오면 문득 그리운 한 분이 떠오른다.
언제나 넉넉한 웃음과 사랑으로 우리를 맞아주시던 외할머니, 그리고 앞마당 뒷켠에 위용스러운 자태를 뽑내던(?) 밤나무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어릴 때 우리 가족은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를 해마다 10월게 찾아뵙곤 했다. 그럴때면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과일과 음식을 푸짐하게 내놓으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었다.
조금이라도 더 손주, 손녀에게 베풀려고 『무얼 먹고 싶어. 이 할미가 해줄테니 말만 해라』라고 자상하게 물어보시던 할머니.
어린 마음에도 그런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시골 외할머니 집에 간다고 하면 어느때보다 기뻤고 마음이 설랬다.
14년전 일로 기억된다. 그해 가을도 외할머니를 뵈러 우리 식구는 시골로 향했다. 나는 『이번엔 할머니께서 어떤 것을 주실까?』줄곧 그런 생각만하며 기쁜 맘으로 내려갔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시골에 도착해 충격헤 휩싸이고 말았다. 할머니가 몸져 누워 계셨던 것이다. 허리를 다쳐 꼼짝도 못하고 계셨다. 사연인즉 우리 가족이 내려온다는 소식을 접한 할머니는 손주, 손녀를 위해 밤을 따다 그만 미끄러지셔서 허리를 다치셨다는 것이었다.
『괜찮다』고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외할머니를 보며 나는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할머니 왜 그러셨어요? 저는 할머니 얼굴만 봐도 좋은데 할머니 아프시면 안돼요』
할머니께서 그런 나를 달래시며 함게 눈물을 글썽이셨다. 울먹이며 걱정하는 손녀의 마음이 너무나 기특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께서는 그 일이 있고난 3년 후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원래 여러가지 지병으로 고생하셨던 터라 66세때 운명하셨다.
그 이후로 나는 해마다 가을이 되면 외할머니 생각이 나곤 한다. 『할머님, 당신의 손길과 사랑이 그립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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