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뒤뜰에는 일명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친구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나무는 수녀원 입회시에 어린싹으로 함께 수녀원 생활을 시작한 수녀원 동기이다.
나무의 거대한 줄기와 풍성한 가지들을 바라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오늘 어린 친구나무가 저 홀로 묵묵히 자라 소박한 꿈을 거대하게 키우며 늠름한 자태를 보이고 풍성한 그늘을 아낌없이 만들고 있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의 모습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저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을 이해하는 너그러운 나무, 그 그늘 속에서 우주의 기운을 느낀다. 문득 이렇게 거대한 옛날의 어린 친구 나무를 바라보면서 이 차고 부족한 땅에서도 넉넉히 순응하는 것은 그 나누만의 몫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도 이웃이 낯설고 세상이 이해되지 않으며, 싫고 불편함이 많은 삶, 때로는 것울한 항변을 나열하고, 옳고 그름에 사로잡히며 산다. 교만으로 딱딱해진 가슴으로 늘 숨이 차고, 풋 냄새와 떫은 맛을 풍기고 있다. 이렇게 부족하고 허약한 모습 속에 이제 저 키 크고 풍성한 나무처럼 땅과 하늘에 친숙하고 순응하며 순하게 서 있어야 하겠다. 긴잠의 행렬에서 이제 깨어나 눈부신 하늘늘 바라보아야 하겠다.
우주의 넓은 마음으로 내 귀가 아니라 나의 가슴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잠잠히 그리고 예민하게 연민의 정을 가지고 듣고 있을 때 우리의 가슴 속에 그러게 애잔함이 흘러들어 올 수 있을 것이다.
타볼 산에서 변화된 그리스도와 같이 우리도 그들의 대화의 장에서 제자들의 두려움이 아니라 눈과 같이 빛나는 모습으로 함께 그리스도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큰바위얼굴과도 같은 변화된 얼굴로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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