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직장 동료들과 찾는 식당에 ‘부모와 자식’이란 제목의 글이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읽을 때마다 늘 가슴 한편에 씁쓸함이 밀려오곤 한다. 내용은 이렇다.
“부생모육 그 은혜는 태산보다 높고 큰데 청춘남녀 많다지만 효자효부 안 보이네. 시집가는 새색시는 시부모를 마다하고 장가가는 아들들은 살림나기 바쁘도다. 제자식이 장난치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부모님이 훈계하면 듣기 싫은 표정이네. 시끄러운 아이소리 잘한다고 손뼉 치며 부모님의 회심소리 듣기 싫어 빈정이네. 제자식의 오줌똥은 맨손으로 주무르나 부모님의 기침가래 불결하다 밥 못 먹고. 과자봉지 들고 와서 아이 손에 쥐어주나 부모 위해 고기 한 근 사올 줄을 모르도다. 애완동물 앓으면은 가축병원 달려가나 늙은 부모 병이 나면 그러려니 태연하고. 열 자식을 키운 부모 하나같이 키웠건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귀찮스레 여기네. 자식 위해 쓰는 돈은 아낌없이 쓰건만은 부모 위해 쓰는 돈은 한푼 두푼 따져보네. 자식들의 손을 잡고 외식함도 잦건만은 늙은 부모 위해서는 외출 한 번 못하도다.”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자식의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이란 늘 애잔하고 안쓰러운가 보다. 필자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장성한 자식이지만 몸이라도 아프거나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면 늘 안쓰러워하시며 자주 전화를 하시거나 다니러 오셔서는 “모든 걸 주님께 맡기고 기운내서 열심히 살면 꼭 잘 될거라”고 격려해주신다. 이젠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당신 몸 돌보시기보다 자식 걱정으로 더 근심이 깊으신 분들이다. 자식들의 축일이나 생일이라도 되면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축하의 말씀을 건네신다. 지금은 손자, 손녀들까지 챙길 대상이 훨씬 늘었는데도 결코 잊어버리는 경우가 없다. 필자 역시 부모님 걱정이 늘 있지만 급할 때 자식들을 먼저 챙기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친구나 동료들은 “살아 계실 때 더 자주 찾아뵙고 효도했어야 했는데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얘기를 한다. 자식들 입장에선 막연하게 부모님이 늘 우리와 함께 계실 것 같다. 그래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시간이 나면 그때가서 부모님을 챙겨드려도 늦지 않을 거라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 하지만 세월은 결코 비켜갈 수 없는 법. 부모님 세상 떠나시고 그때 가서 땅을 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모가 내미는 손과 자식이 내미는 손은 어떻게 다를까. 부모는 자식이 내미는 그 손에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 주고 애정으로 돌본다. 그리고 껍질만 남은 곤충처럼 되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부모는 자식의 손에 더 많은 것과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세월이 흘러 부모는 늙고 힘이 없어진다. 이번에는 몇 푼 용돈을 얻기 위해 자식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나 자식이 내미는 손은 부모의 마음과 같지 않다. 부담이 된다. 부모는 섬으로 주었건만 자식은 부모에게 홉으로 주는 것마저 부담스럽게 느낀다.
가정의 달 5월도 막바지다. 필자는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의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중 몇 가지를 추려 소개한다.
△좋아하는 것 챙겨 드리기 △목숨 걸고 용돈 드리기 △부모님 앞에서 어리광 부리기 △전화 자주 걸기, 가능하면 하루 한 번씩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하기 △체온으로 다가가기 △생신은 꼭 챙겨드리기 △부모님이랑 노래 불러보기 △자식 옷 한 벌 살 때, 부모님 옷 한 벌 사기 △소문난 맛 집에 모시고 가기 △곁에 있어 드리기 △포장마차 함께 가기 △함께 공연 보러 가기 △부모님 댁에 들를 때마다 구석구석 살펴 드리기 △부모님 손에 내 손을 마주 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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