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인생의 예술’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로서는 제법 쓸만한 ‘아이디어 (idea)다!’ 하는 자부심도 생겨 이 생각을 계속 성찰하는 동안 여기에 다소 체계적인 이론 비슷한 것이 가미되고, 거기에 또 이름을 붙인 것이 ‘작품성원리(作品性原理)’다.
이 ‘작품성원리’를 군더더기 없이 정의(定義)해보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작품성(作品性)을 지닌다.
영어로는 ‘Everything we do is in itself a work of art.’ 쯤 될 것이고 한문으로는 만사개유작품성(萬事皆有作品性)이면 어떨는지 모르겠다.
작품이란 원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떤 것을, 또는 어떤 행동을 (연극 같은 것은 행동이다) 되풀이 연습하고 가다듬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런 목적의식 없이 무심히 행동하는 동작이나 독백을 ‘몰래 카메라’ 같은 것으로 찍어서 전시한다면 그것은 박진감 넘치는 의외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인생에는 스스로가 의식하고 행동하든 아니든 간에 마치 CCTV 카메라가 밤낮 없이 대상을 감시하듯 그렇게 눈뜨고 지키는 측면(側面)이 반드시 있고 그것이 곧 ‘작품성원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조리가 닿는 설명과 더불어 세상에 내놓으면 그때부터 한 ‘원리’로써 행세할 수 있지 않겠는가.
원리 중엔 굉장한 원리도 있고 그보다는 덜 굉장하여 평범에 가까운 원리도 있다. 물체를 물에 넣으면 그 물체의 무게는 그 물체가 밀어낸 물의 무게만큼 가벼워진다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는, 그리고 이 원리를 이용해서 금관의 순금의 함유도를 밝혀냈다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는 정말 위대한 원리이며, 발견이다.
반면에 기체의 부피는 압력의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파스칼의 원리는 원리치곤 차라리 평범 쪽에 가까운 게 아닐까.
그러나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곧 두 물체간의 인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상승(相乘) 값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거리의 자승에 반비례한다는, 다시 말해서 이 공식이 나타내는 뉴턴의 법칙은 위대한 물리학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 발견이다.
나의 작품성원리는 별것이 아닌, 평범한 발견이긴 해도 발견은 발견이다. 그러니 물리학을 논할 때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의하면…’ 하고 얘기를 꺼내듯, 인생을 논할 때 ‘성찬경의 작품성원리에 의하면…’ 이런 식으로 이 ‘원리’가 세상에 퍼져나간다면 나는 기분 좋을 것이다. 명성을 바라는 나의 허영(虛榮)은 죽여도 죽여도 완전히 죽지는 않고 끈질기게 되살아나서 이렇게 꿈틀대는 것이다.
좋은 일, 큰 일, 훌륭한 일을 하겠다는 영웅적인 결심으로 작품성 인생을 끌고 가는 것은 너무 힘이 든다.
반면에 이 인생을 되도록 아름답고 예쁘게 꾸려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이것은 신기할 정도로 힘도 덜 들고 재미도 난다. 옳은 일을 못했다는 아쉬움 보다는 왠지 내 인생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는 뉘우침이 더 괴로울 듯하다.
일단 ‘작품성원리’의 노선(路線)을 가는 인생은 갈수록 힘도 얻고 조심도 하게 된다. 기왕에 공을 들인 탑을 더욱 아끼는 심리가 가세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작품을 누구에게 봉헌하는가?
이 세상 마치고 나서 그 크옵신 분에게 정성들인 작품 하나 바치는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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