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가 개소 20주년을 맞아 5월 19일부터 이틀간 연 국제학술대회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반생명문화의 현주소와 그리스도인들의 몫을 돌아보게 한 자리였다.
‘전 세계적인 반생명문화에 대한 대안적 반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후아오 빌라-차(Hoao Vila-Cha) 국제가톨릭철학회 회장을 비롯, 호세 마리오 프란시스코(Hose Mario Francisco) 필리핀 예수회 로욜라 신학대학교 총장 등 9개국에서 온 14명의 석학들이 참가해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의 기저에 놓인 원인들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오늘날의 사회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진리안의 사랑’을 제시한 부분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요셉 부 킴 친 교수(대만 푸젠대학교)는 오늘날 사회적 위기를 전 지구적 재정 실패의 가시적 귀결이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뻔뻔스러움과 극단적인 자기애의 표출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이러한 전 세계적 위기의 치유책으로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제시된 ‘형제애적 연대’라는 새로운 방향성과 방법을 제시한 것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아울러 분단이라는 민족 최대의 모순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 발표도 우리 사회와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용해 신부(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장)는 “한반도에 살아가고 있는 남북한 시민들은 최근 60여년 동안 특수한 민족 분단 상황 속에서 비자주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치 현실을 감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분단체제의 현실을 자각하고 통일민족공동체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세워 대내적으로는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를 추구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민중들과 함께 왜곡된 세계체제를 변혁할 이념을 창안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한스 자이델재단)는 통독의 경험을 들려주며 “독일은 통일의 주된 문제가 동독과 서독간의 물질적 차이가 아니라 오히려 정신적 차이, 즉 머릿속의 장벽에 있다”고 강조해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걸어가야 할 지향점을 보여주었다.
세계적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공통된 결실은 오늘날 인류가 앓고 있는 난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생명문화를 육성하고 사회적 지원 조직을 구축하고 생명 존중의 태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의 몫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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