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맘때쯤 일이다. 왜관 피정의 집에서 사제 쇄신을 위한 연수회 기간 중 별러 오던 단식을 하게 되었다. 선배 신부님 한 분과 함께 성 베네딕또 수도회의 미카엘 수사님 의 친절한 지도를 받으면서 난생 처음 단식다운 지도를 받으면서 난생 처음 단식다운 단식을 하게 되었다. 단식을 하게 된 동기는 평소에 음식을 먹으면 자주 체하고 소화가 되지 않아 여러 병원 문을 들락거렸지만 별수가 없이 고생하고 있던 차에 수사님 의 풍부한 경험과 친절한 권유에 결단을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단식 3일째가 되는 날부터 영육으로 힘들기 시작했고 5일째 되는 날은 음식에 대한 유혹 때문에 중도하차하고 싶은 생각이 꿀떡같이 났다. 7일째 되는 날은 하루가 삼추같이 느껴질 만큼 시간이 가지 않아 평소에 잘 보지 않는 시계를 거의 10분마다 들여다볼 지경에 이르렀다. 한시바삐 계획했던 15일 단식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공교롭게도 하루는 어떤 본당 교우들이 한국의 신부가 먹지 않으면 신부인지 아닌지를 의심해야 할 만큼 좋아하는 보신탕을 마련해 왔었는데 그 먹고 싶은 충동은 말로써는 이루 표현을 못할 지경이었다.
식사 시간 식당으로 내려가는 기대에 찬 모습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이빨 쑤시고 나오시는 신부님들의 그 만족함을 보았을 때 어떤 이유로든지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배고픈 자의 설움을, 또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현실적 행복인지를 늦게야 마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이때쯤 내가 봉사하고 있는 본당 교우 들이 영문 도 모르고 멀리서 먹을 이랑 준비해서 본당 신부 피정 잘 하라고 찾아왔었는데 비실거리며 해골스런 모습을 보고는 대경 실색했던 모양이다.
단식하고 있다는 소식이 본당에 알려지자 교우들은 입을 모아 본당 신부의 건강과 무사하기를 바라는 기도가 끊임없이 바쳐지는 소동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못난 본당 신부 생각하는 착한 교우들 마음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음식 타령을 좀 더 하자. 당시 먹고 싶은 음식이 얼마나 많았던지 평소에 생각도 않던 음식들이 음식점의 차림표처럼 생각에 떠올랐다. 단식이 끝나면 잊지 말고 먹어봐야지 하고 적었던 것이 16절지 종이에 가득 찼다.
본당에 돌아와서 계획했던 15일간의 단식을 무사히 교우들의 기도 덕분으로 마치고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보식하는 중에는 돌이라도 먹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의식중에 빈 냉장고 문을 여닫기가 하루에 수차례였다.
매년 한 번씩은 단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의지가 약해서 3년이 지나도록 못하고 있다. 단식의 기본 원리는 음식물을 일체 덕지않는 대신 자연수를 매일 필요량만큼 마시면서 체내의 모든 노폐물을 배설시키고 내장 기능을 과로에서 쉬게 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론보다 실제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40일간 이나 단식을 하셨다는데 나는 보름을 하면서도 그렇게 쩔쩔매니 될 말인가! 역시 예수님은 예수님이신가 보다. 단식을 하듯이 일체의 나쁜 것들을 내 영혼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고 생수를 마시듯 복음의 정신을 마실 때 우리는 영원히『목마르지도 배고프지도 않는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배설 행위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설하듯 그리스도의 생명을 사는데 불필요한 내안에 있는 모든 죄악의 찌꺼기들일랑 배설해 버려야 하는데, 또한 이 모든 노폐물 을 버리고 신진대사를 통해서 체질개선을 하듯이 회심의 영적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인 데…
주여,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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