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빛」을 내건 한국 천주교회 창립 2백주년 기념사업은 맹인에게 빛을 찾아 주기 시작했다. 지난5일 강남 성모병원에서 맹인 무료 개안수술을 개시하여 그 첫열매 로 젊은이 나상주씨는 정상에 가까운 시력을 회복했다.
기실 3월 9일 2백주년 기념 중앙 상임 위원회에서 심의 결정한 무료 개안 수술 사업계획에 따라 유관 기관 및 단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계몽 홍보 활동을 전개하여 수술 신청의 접수 대상자 선정을 거쳐 드디어 개안수술을 실시하게끔 된 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강남 성모 병원 뿐만 아니라 대구대교구의 가톨릭 병원도 5월7일에, 부산 교구의 메리놀병원도 5월 12일에, 대구의 파티마 병원도 5월 13일에 개안수술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밖에 성모병원ㆍ성바오로병원ㆍ성분도병원ㆍ성빈센트병원 등은 개안수술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대기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구약성서는『캄캄하고 막막하던 소경도 눈을 떠 환히 보리라』고 (이사야29ㆍ18) 또 『그 때에 소경은 눈을 뜨고』라고 (이사야35ㆍ5) 하듯이 이미 다가올 구원의 때로 부터 치유를 기대한 것이었다.
『나 야훼가 너를 부른다…소경들의 눈을 열어 주라』 (이사야42ㆍ6~7) 고 외치는 제2이사야도 맹인의 치유를 하느님의 지배의 징표로 여겼던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맹인 개안수술이야말로 깊은 성서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예수께서는『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라고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시고 이 성서의 말씀이『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하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루까4ㆍ17~21참조) 이 루까 복음서의 기사는 말할 것도 없이 예수의 사명이 복음을 전하여 인간을 해방하고 그 은총과 구원의 때를 선언하는데 있으며 이에 의한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고지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예수께서는 그들의 눈을 만지시며 너희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자 그들의 눈이 뜨이었다』(마태오9ㆍ29~30) 이 또한『주님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이 말에 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들의 눈에 손을 대시자 그들은 곧 눈을 뜨게 되었다』라고 (마태오 20ㆍ33~34) 마태오의 복음 기사는 두 사람의 맹인 을 치유케 하셨음을 보도하고 있다.
또한 복음사가 마르꼬도『예수께서는 소경의 손을 잡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그의 두 눈에 침을 바르고 손을 얹으신 다음 무엇이 좀 보이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그는 눈을 뜨면서「나무 같은 것이 보이는데 걸어 다니는걸 보니 아마 사람들인가 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다시 그의 눈에 손을 대시자 눈이 밝아지고 완전히 성해져서 모든 것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라고 (8ㆍ23~25) 전하고 있다.
그리고 요한 복음서 역시 소경으로 태어난 사람을 고치신 예수에 관해서 9장 1~12절에서 보도하고 있다.
교회의 창립자인 그리스도 예수의 메시아적 사명이 이럴진대 그를 따르고 신앙 고백하는 그의 백성과 교회는 예수에의 충실에서 당연히 현대 의료 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한 가난한 맹인의 개안수술을 이미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영세민 실명자에게 무료 개안수술을 시행하여 불우한 맹인들에게 빛을 찾아 줌으로써 사랑의 실천을 모색함에 목적과 의의를 두고 있는 맹인 무료 개안수술 행사는 참으로 높이 평가돼야 하겠고 더욱 성서적 의미를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수술 대상의 범위를 의료보호 2종 대상자와 의료 봉사 진료권 소지자 및 진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영세민으로 하고 있음은 참으로 복음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소수 종교 집단의 자기들 내부 축제에 그치지 않고 맹인 무료 개안 수술과 아울러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나누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살아갈 때 이 땅에 빛을 밝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나라에 맹인 수는 14만 명, 총인구의 0.3%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완치가 가능한 자는 4만 명이라고 한다. 그 4만 명 중에서도 농어촌 지역에서 의료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자와 극빈자가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이들에게 우선 무료 개안 시술을 하기로 한 방침은 참으로 옳은 결정이다.
그런데 그들 대상자들 모두에 개안수술을 하기에는 제반여건으로 해서 어렵기 짝이없 는 일인바 이 나라의 모든 그리스도의 교회가 복음 운동으로서 이 행사를 추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실은 기독교 대한 감리회도 감리교 1백주년 기념사업으로 1백 명에게 백내장 수술의 시행을 검토하기로 지난달 25일~27일에 개최했던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맹인 무료 개인 수술이 퍼져 나가기를 기도하며 촉구하는 바이다.
특히 대한 안과학회 한국 실명예방협회 대한 안경인협회 한국 가톨릭병원협회 회원병원 한국 가톨릭의사회 한국 가톨릭간호원회 복지자선사업단체 보건사회부 등의 협조가 있기를 요망하며 그 후원을 제기 한다.
『나 야훼가 너를 부른다…내가 너의 손을 잡아 지켜 주고 너를 세워 인류와 계약을 맺으니…소경들의 눈을 열어 주라.』 (이사야42ㆍ5~7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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