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왔건만 신부님은 왜 그렇게 바삐 가셨나요?
춘천 봉의산 기슭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소양로 성당에서 삼십 구년이라는 짧은 생애의 마지막을 오로지 주님 앞에 구원의 제물로 몸 바친 우리 박청근 베네딕또 신부님!
가난하고 무지하고 외짝 신자로 유명한 소양로본당에 오셔서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신 신부님은 당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분골 헌심 하심에 2년 전부터는 건강을 잃고 날로 쇠약해 지시면서도 사제관과 수녀원을 손수 수리하셨다.
덕분에 성당은 모든 것이 현대적으로 탈바꿈했으며 특히 외짝 교우의 배우자 입교를 적극 장려하며 혼배 갱신식을 자주 가져 훌륭한 성가정으로 이끄시니 본당은 날로 발전했다.
본당의 발전과 비례해서 신부님의 건강은 더욱 나빠져 서울 성모병원으로 입원하시게 되셨다.
본당 신자들의 열화 같은 기도에도 불구하고 며칠 후 신부님은 말없이 돌아오셨다.
성삼일을 며칠 앞두고 돌아가신 것이다. 우리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오열을 터뜨리며 울고울었다.
삼일 후 장례식을 치를 때까지 밤을 지새우며『주님, 우리 신부님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또 목자 잃은 저희들도 기억해 주소서』하며 애절한 기도를 바쳤다.
이렇게 눈물과 회개와 기도로서 뜻 깊게 성삼일을 묵상한 적도 없었다.
장례식 날 삼천여 명의 신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복을 하고 영구차의 줄을 잡고 경찰 백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묘지로 향했고 슬픈 행렬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부르는 성가와 신자들의 흐느낌 속에 연도에 구경나 온 춘천 시민들의 놀라움 속을 뚫고 갔다.
신부님은 생전에도 전교를 많이 하셨지만 돌아가셔도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없이 보다 많은 전교를 하셨다.
장례 행렬을 구경한 시민들에게 천주교를 알렸고 매스콤에도 크게 보도되어 많은 분들이 진정한 자유와 정의를 위해서 행동으로 보여준 신부님을 존경했다고 생각된다.
신부님 가신지 어언 한 달이 지났으나 오늘도 묘소에는 신자들의 발길이 끊일 사이 없고 처량하게 들리는 연도 소리만 죽림동 성지를 숙연케 한다.
장례를 치른 뒤 고인의 형님이신 박명근 신부님께서 신부님의 유품을 정리한 일천만 원을 장학 기금으로 소양로본당에 희사하셨으니 생전에 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당신의 그 박봉으로 장학금을 주신 그 뜻이 이제 영원히 이 세상에 남게 됐다.
당신이 어렵게 설립하신 장학회는 이제 베네딕또장학회라 부르기로 결정을 보았다한다.
생전에 항상 춘천교구 발전과 사제일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신부님은 천국에서도 교구일치를 위해 기도 하시겠지. 이 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우리 모두 기도하면서 그분의 뜻을따라 살아야겠다.
주여, 박베네딕또 신부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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