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교수의 죽음이 명동까지 나를 가게 했다. 숙연한 분위기 슬픈 사연이 알알이 배어 있는 시신을 안치해 놓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언젠가 내 앞에도 다가올 시간을 잠깐 묵상해 본다.
넓은 성당을 메운 많은 사람들 모두가 갑자기 다가온 죽음 앞에 묵상하면서 한창 나이에 용솟음치던 푸른 이상과 야망이 무너지고 허망하게 이 세상을 떠난 고인을 되새겨 본다. 그가 앉았던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조여드는 압박감에 짓눌리면서도 모두는 신의 뜻이라고 뇌이면서 신부님 슬픈 강론에 온 성당 안은 눈물로 채워졌다
석상처럼 굳어진 그 장부와 홀어머니와 외딸 아기가 못 견디게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무남독녀 외딸을 50평생 귀하게 보시다 생활 달리한 그 딸이 또 무남독녀 딸 하나를 그 어머니 텅 빈 공허한 가슴에 안겨 놓고 부름 받아 훌쩍 가 버린 것이다. 그 펑 뚫린 장부의 외로움과 아픔은 또 얼마나 오래갈까 인간의 힘으로는 덜어 드릴 수 없는 창백한 그 어머니의 고통을 마음으로 함께 나누면서 장지 행 버스를 탔다.
남편은 D여대 언어학 교수며 망자는 E여대 물리학 교수로 있었다.
내외가 미국 교환교수로 선발돼 떠나기 위한 일에 전념하던 중 오늘 주님의 부름받아 길 떠난 것이다.
차가 고속 도로변을 들어설 때쯤 우린 연도를 시작했다.『주여 나 깊고 그윽한 곳에서…』
기도 소리가 한데 어울려져 죽은 자와 산자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함께 나누는 평화의 향연 같은 기도는 신비로 왔다.
용인 공동묘지, 평안의 뜰안 새 생활로 넘어간 이웃들이 잠든 자리.
애통한 38세의 창창한 미래의 설계가 그만 한줌의 흙으로 내동댕이 처진 자리에서 비탄에 잠긴 유족들의 표정 대하기도 송구하여 모두 무거운 침묵으로 안장 예식에 임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우리 모두도 언젠가는 그곳을 향해 갈 터인데 잠깐 먼저 부름을 받은 거라오. 그분과 함께 하는 거처에서 명복을 누리십시오. 주님 망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유족들이 무덤가에 흙을 한 삽씩 뿌린다. 그의 영혼을 배웅하면서 성가를 길게 불렀다. 한 생명이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어도 모든 것은 전날 그대로 지속되면서 그 자리엔 누군가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무덤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오늘은 너 내일은 나인가!
눈물을 끝내 감추고 잘 참으시는 그 어머니 깍뜻한 예의가 어느순간에도 흩트러지지 않으셨다.새 흙냄새 물씬 풍기는 무덤가에 조화가 쓸쓸하게 놓여 있다.
『안녕히 계십시오. 우리 모두는 이제 떠나가면 제 각금의 생활로 돌아가서 당신 슬픈 이야기는 곧 잊어버린답니다. 저마다의 죽음도 잊어버리고 게으른 생활 속에 핑계를 만들겝니다. 하느님이 당신을 심판하실 때 자비를 베푸시라고 당신 생각이 지워 질 때까지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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