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상큼한 공기의 촉감으로 잡다한 현실을 밀어내고 더욱 생동의 기쁨을 안으며 향긋이 피어오르는 풀 내음 속으로 눈길을 둔 채 옮겨가는 걸음걸음에 공간을 넘어 쌓여 오는 종소리가 마음속의 모든 걸 정화해 준다.
언제나처럼 성당 정문 앞에 들어서면 성모님의 인자한 모습이 오늘따라 주일학교 꼬마들 속에 더욱 빛나신다.
와르르 쏟아지는 요란한 꼬마들의 인사 속에 까타리나의 고운 음성도 섞여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는다.
주일 학생 꼬마들과의 즐거운 씨름을 끝내고 오후의 안정된 시간에 도시의 무표정한 모습들을 비껴 시외 어느 산 밑 시멘트 초막집에 다다랐다. 미처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들어선 순간 가슴의 고동이 멈추는 것 같았다. 사전에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눈앞의 현실에 금방 익숙해 질 수 없는 것은 내 영신의 허영심 때문이리라.
까타리나의 오빠!
까타리나는 그분(요한)을 오빠라고 부른다. 그분은 지나간 군복무 시절에 하반신을 다쳐 완전히 불구가 되었다.
늙으신 모친 한분만을 친혈육으로 갖고 있는 그분은 까타리나와 같이 매일 방문 해주는 많은 형제자매님들과 좋은 시간을 가짐으로써 서로 오빠가 되고 형님이 되어 지낸다.
우린 곧 공소예절을 시작했다. 어두운 방안을 촛불로 밝히며 바치는 성가와 기도로 어느덧 방안은 믿음의 따뜻함으로 가득찼다.
그분의 평온한 표정과 밝은 대화는 처음 방문한 나를 즐거운 마음으로 변화시켰고 게임도 하며 육체적으로 건강한 우리들보다 더 굳건한 믿음과 독신으로 40을 넘겼으면서도 그 많은 고통과 불편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분은 도장 새기는 일을 유일한 직업으로 삼고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으로 생활하며 오늘을 감사하고 노모와 함께 깨끗한 영혼을 간직한 채 산 밑 초막집을 지켜 가신다. 매일처럼 주일이면 공소예절을 하고 평일이면 반찬 준비와 빨래도 하며 오직 사랑을 실천하는 까타리나의 아름다운 생활은 작은 천국을 보는 듯 했다.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고 하신 주님 말씀 의 뜻을 알 것 같았다.
늦은 시간 어두워진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을 올려다 보며 신선한 공기를 마음속 깊이 마시며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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