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신부』라는 대답이 1위를 차지했다는 외국의 어떤 여론조사를 오래전에 잡지에서 읽는 기억이 난다.
신부가 직업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지만, 어쨌든 사제직이 어렵다는 것은 성당 밖의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비치었는가 보다. 사제 생활 겨우 7년째에 접어드는 애송이 신부로서 사제직에 대한 어려움을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몇 십 년을 사제로서 훌륭히 사신 분들께는『도사 앞에 방울 흔드는 식』이 되겠지만, 죄송스런 마음과 함께 몇 마디하고 싶다. 우리나라 성당치고 일 년에 한 두번 돈 타령을 하지 않는 성당은 없을 것 같다. 가난한 본당에 사는 신부들일수록 본당의 경제문제가 사목적인 일보다 더 힘겨웁고 걱정스런 것 같다.
교무금을 책정하고 예산을 세울 때 또한 본당 운영을 하는 도중에 꼭 필요한 절대 금액이 모자랄 때 더욱이 문제는 심각해지고 본당 신부와 본당 일을 걱정하는 분들을 염려케 한다.
돈이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처럼 되어 가는 세태가 걱정스러우면서도 무시해 버릴 수 없는 것이 돈인 것같다.
마치 돈이 필요악처럼 생각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닌 때도 있다. 착하고 가난한 신자들에게 돈 이야기를 해서 심리적인 부담감을 주게 될때 가슴 아플 때가 여러 번이다. 더욱이『돈 없는 사람은 성당에도 못 가겠다.』는 말을 들을 때는 그만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만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복음을 전하라.』하셨지, 사람들을 모아 놓고『돈 받아 내라』고는 하시지 않으셨는데-.오늘날의 교회가 점차 돈 이야기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러 가지 경우에 자주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마음 한 구석이 텅 비는 것 같은 서운한 느낌 금할 수가 없다.
제발 우리 교회도 본당의 모든 경제적 문제는 신자들이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신부는 본연의 사제직에 충실할 수 있기를 돈 타령을 잘 못하는 신부로서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제 생활을 해 갈수록 사제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양파를 벗기듯 깨달아 가는 것 같다. 신자들 간에 불화가 있을 때 양측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사랑의 용광로가 되지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신자들이 본당 신부에 대한 불평을 뒤에서 수군거릴 때는-1백%의 완전함은 없다면서 자위를 하면서도-바다같은 성모님의 마음이 부럽기만 하다.
신자는 신부에게 화풀이 할 때 신부는 하느님께 화풀이해도 속이 시원치 않다. 신부는 신자들에게 아무렇게나 마음 편하게 심중의 고뇌들을 토해 내지 못할 때가 많나 보다. 그래서 어떤 때는 기도ㆍ등산ㆍ낚시ㆍ운동ㆍ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어려움을 비집고 헤쳐 나가나 보다. 사제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못 들은 듯이, 눈이 있어도 못 본 듯이 해야 할 때가 많나 보다. 그래서 벙어리 냉 가슴 앓듯 살아야 하는 것이 사제인가 보다.
정신적으로 설사하지 못하고 변비 중에 걸릴 때 사제는 더욱 사제직의 어려움을 느끼게 되리라. 사제로서 진정 어려운 것은 자신이 그리스도를 더 닮지 못하고, 자신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더 많이 사람들에게 보내 주지 못할 때이리라.
오늘 사람들에게 보여진 나의 모습이 2천 년 전 사람들에게 보여진 예수님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할까를 생각하면서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스레, 또 희망을 갖고 살아가련다.
주님, 힘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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