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우리나라에는 5일마다 시장이 서는 곳이 많다. 시골의 시장날은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진열되고 매매 행위가 이루어진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산물을 힘에 겹도록 이고 지고 가거나 집에서 키운 가축을 몰고 가서 돈으로 바꾸어서 시장을 보고 돌아올 때는 생필품을 힘에 겹도록 사오기도 한다. 시골의 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의 모임의 장소이며 정겨운 장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끄럽기는 하지만,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안부를 들으며 정담을 나누는 장소이기도 하다. 참으로 한국적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정취 어린 장소가 시장이다.
그런데 여기 주일마다 서는 시장이 있다. 그것은 곳 성당이다. 시골 성당일수록 더욱 시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월요일부터 사람 하나 제대로 눈에 뜨이지 않다가 주일이면 그래도 동네방네에서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교우들은 각자가 마음속 깊이 지닌 행복과 불행을, 만족과 고통을 한 짐 가득히 이고 지고 주님의 집에 나아온다. 그리고 하느님께 일주일의 삶을 봉헌하며 소홀했던 기도를 드리고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다가올 한 주일의 삶을 받아 간다. 돌아갈 때는 각자 가슴 뿌듯해 한다. 그래서 하느님은 기뻐하시고 사제는 희망을 그들에게서 얻는다.
교우들에게 있어서 「주일이 장날」이라는 의미도 이러하지만 사제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사제는 6일간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작은 단체들을 돌보며 지내다가 주일이면 장날 장사하는 사람보다 더 바쁘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종일 미사를4대나 드리고 거기다 혼인이나 장례 미사가 겹치면 5~6대를 드려야 한다.
이럴 때는 미사 드리는 기계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거기다 고백성사니 단체 지도니 면담이니 해서 동분서주해야 한다. 큰 본당일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래서 주일에는 새벽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해야 한다. 토요일 저녁에는 오지 않는 잠을 빌어 빌어 청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좋아하는 텔레비전의 서부 영화도 볼 수 없다.
유혹에 못 이겨 서부 영화를 보고나면 주일에는 약 먹은 고기처럼 비실거려야 한다.『주일에는 혹시라도 몸이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하면서 토요일부터 걱정이 된다.
주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생명과 기쁨과 희망의 날인데 많은 사람들은 휴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이 날 우리는 못 다한 선행과 기도를 하고 성서를 앍고 이웃과 사귀는 날인데 많은 사람들은 휴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이 날 우리는 못 다한 선행과 기도를 하고 성서를 읽고 이웃과 사귀는 날인데 고작 주일미사 참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은 같다. 주님의 날을 신앙인이든 비 신앙인이든 다같이 지내고 있지만 주일 본연의 의미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런지 의심스럽다. 주님의 이름으로 쉬는 것은 좋지만 오늘의 세태가 해도 너무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주일이면 볼 수 없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힘겹고 피곤해서 저녁이면 파김치처럼 되어 버리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희망스런 날이다.『이날은 주께서 마련하신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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