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한참 푸르른 성모성월도 막바지에 이른 네째주일 뒷날, 월요일 오후였다. 프란치스꼬 재속형제회 내에 조직된 연령회에서 재속수사 한분이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다.
몸이 괴로워 곧바로 가지 못해 다른 회원과 자매님께 먼저 가보시라고 연락을 한 뒤, 이튿날 오후 입관 준비할 때 찾아갔다.
군인 당시 찍은 듯 늠름한 망자의 사진을 바라보니 경건한 마음이 일어났다.
어려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독실한 믿음을 지녔고 군무에서나 가정에서나 복음적 생활을 해 왔다는 대령님을 잃은 부인과 2남1녀의 자녀들은 애정과 슬픔으로 한없이 울고 있었다.
부인도 얌전하고 수도회에 수련을 맡고 계셔서 생전에 대령님이 기사 일도 많이 도와주셨다 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수의 절차가 약간 달라서 시신을 먼저 말끔히 씻고 창호지로 몸 전체를 조심스럽게 감은 다음 흰 인견 숙수로 감고 중간 베수의를 입혀 드린 다음 손에는 흰 면장갑을 끼워 드린다. 발에는 흰 면양말을 신기고 구두를 신긴 다음 수도복을 입히고 띠를 맨 후에 안면을 조심해서 씻고 매만진다. 대령님의 얼굴은 평온히 잠자는 천사의 모습 같았다.
관에 옮기고 평소 애용하시던 기도서와 책을 넣어 드리다가 보니 손때가 묻은 기도서와 여신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묵주의 9일 기도 책이 인상 깊었다. 수도복 띠에는 칠탁 묵주를 걸어 드렸는데 묵주 알 한 알 한 알이 윤이 나서 그의 굳은 믿음을 훈장처럼 빛내 주었다.
이튿날 새벽부터 초여름의 궂은비가 내렸다. 아마 하느님께서도 굽어 살피사 그의 죽음을 애도하시는가 보다.
장지에 도착하자 내리던 비는 그쳐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하관하자 막바지로 북받친 유가족과 친지들의 애끓은 통곡 소리와 함께 성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여, 당신의 사랑하던 평화의 한 사도가 여기 말없이 묻혔으니 살피소서. 천사들이여 오소서. 성인들이여 마주 오셔서 이 영혼을 천상「예루살렘」낙원으로 인도하소서. 대령님의 영원한 안식을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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