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상이 어지럽고 부정과 불의가 심할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사제를 인간 이상의 존재로 봄으로 해서 가끔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그러나 사제에게서 인간을 보기보다 사제직을 보고 사제직의 고유함을 생각한다면 교우들은 사제의 인간적 부족함도 사랑으로 보아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본당에 발령을 받고 갔을 때의 일이다. 본당 신부나 수녀의 인사이동 때는 환영식이나 송별식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는 본당이라 내가 부임되던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흥겨운 자리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상례인지라 별수 없이 나도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원래 노래를 못하는 터여서 자신감이 없었지만 본당 신부가 노래를 않으면「약방에 감초가 빠진 격」이라 못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음정 박자가 불안하기 시작했다. 교우들이 따라 부름으로 해서 위기는 모면했지만 이게 무슨 꼴이람! 처음으로 들려주는 노래 솜씨가 이 모양이었으니 내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노래를 잘못 부르기 때문에 노래를 불러야 할 기회가 오면 자리를 슬그머니 피하거나 난색을 표하는 버릇이 있다. 노래 잘 부르는 신부님 보면 부럽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단 한가지의 예에 지나지 않지만 본당 신부로서의 사제는 팔방미인이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사목 생활을 갈수록 강하게 느끼게 된다. 또한 사제 생활을 해 갈수록 내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사제직의 고충을 깨달아 가게 되는 것 같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20세기 이전만 해도 사제는 그 시대, 그 사회 안에서 최고의 지성인이었고 그 영향력도 대단히 컸다.
그러나 시대가 다원화, 전문화됨으로 해서 이제는 사제가 그 시대 사회의 최고 지성도, 최고의 능력자도 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시대적 흐름의 소산이라 생각되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사제는 사제 본연의 직분과 분야에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과 자질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리라. 그러나 그 이외의 분야에까지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제로서 인간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가 많다. 물론 사제 본연의 것이 아닌 분야에 있어 지식이나 능력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든지 자격에 있어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사제는 어린이에게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때는 어린이가, 어떤 때는 젊은이, 어떤 때는 상담가가, 어떤 때는 건축가가, 어떤 때는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제는 착한 목자로서 양들을 하느님께로 인고하는 제2의 그리스도가 되어야 함이다. 그래서 사제는 복음의 증인으로서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함이다. 사제는 백성을 위해 살아야 하고 백성을 위해 기도해야 하고 백성을 위해 복음을 선포하는 사제 본연의 일에 충실해야 함이다.
그리스도여, 당신의 길을 걷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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