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특징은 하나이오.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온다는 것이다. 이중에 세번째 특징인 공번된다는 말을 선인이든 죄인이든 검둥이든 흰둥이든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교회의 자녀가 되니 구원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개방되어 있고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 가톨릭교회를 볼 때 교회의 특징과는 다른 기현상(奇現象)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남자들에 비해서 여자들이 월등이 그 수가 많은 점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신심도 여자들이 깊은 것 같다. 물론 심리적으로 여성은 종교 심성이 강하다 손치더라도 너무 심한 격차를 보게 된다. 주일 미사에는 70%이상이 여교우들이고 평일 미사에는 90%이상이 여교우들이다.
이런 수치는 어떤 교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이 나라의 총 남녀의 인구 비례는 거의 비슷한데 유독 교회에서만 남자들이 형편없는 열세에 몰려 있다. 그래도 남자들은 교회에서 주권 행세를 하려고 하고 본당의 제반 문제에 대한 중대한 결정들은 수적으로 훨씬 열세인 남자들이 하고 있다. 무언가 모순된 교회 현실인 것 같다.
남자들에게 성당에 잘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생활이 너무 바빠서 성당에 나올 시간이 없다』『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신앙은 생활의 여유가 있을 때 가지겠다.』『성당에 다니면서 죄지으면 안 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못가겠다』는 등 이유도 되지 않는 이유들을 늘어놓는다.『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이유 없는 남자들이 없다.
내가 볼 때는 자기가 처해 있는 사회적ㆍ가정적 상태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의 상태가 더 문제인 것 같다. 예수께서는 인류 전체를 구원하시려고 십자가상에서 당신 생명을 제물로 바치셨지 여자들만 구원하시려고 당신 생명을 바치신 것은 아니다. 신앙이 결코 액세서리가 아닐진대 신앙에 충실치 못한 자와 남자들은 대오 각성(大悟覺醒)해야 할 것이다.천당은 여자들만이 가는 곳도 아니고 여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부인이 천당갈 때 자기는 지옥 가겠다는 남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부인이 천당 갈 때 부인의 치마 자락 잡고 따라 갈수도 없으니 각자는 각자의 구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여자들의 소중함이나 업적을 경시하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사 때에 남자들이 많이 보이면 왠지 기분이 좋고 힘이 난다.
남자들이 성당에 많이 나오면 확실히 그 본당은 활력이 있고 일도 잘된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 교회에 있어서는 최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여교우들이다. 그래서 신학생 때에 어떤 신부님이『한국 교회는 70%가 여자들이기 때문에 여성 사목을 잘해야 한다』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세상의 그 많은 남자들이 주일이면 어디를 갔는지는 몰라도 제발 앞으로는 더 많이 미사에 나와「함께 기도하고 살았으면」하는 마음 간절하다.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받겠지만 믿지 않는 사람은 단죄를 받을 것이다』(마르꼬16ㆍ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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