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교구는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앞둔 싯점에서 한국 순교자 현양위원회를 조직,설치했다.
기실『여정의 교회인 가톨릭 교회는 예수그리스도의 신비체 전체의 사귐을 명백히 인식하고 자기 피를 흘림으로써 믿음과 사랑의 최고 증거를 하였던 순교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와 보다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언제나 믿었고 그들을 특별히 정성으로 공경하며 전구의 도움을 열심히 간청하여 왔다』(교회헌장 50참조)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자를 지극히 공경해 왔다.교회 당국은 1939년 기해대교난 순교 백주년에 즈음해 조선 천주교 순교자 현양회를 창립하려 하던중 간악한 일본 제국주의의 탄압으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나 조국 해방후 1946년 9월 16일 김대건 신부 순교 백주년 축일을 계기로 한국 순교자 현양회를 다시 결성했었다.
제1대 주한 교황사절 방주교는『한국 순교자들이 가톨릭 세계에 유명한 것처럼 이들의 정신과 영웅적 순교를 높이 드러내자는 조선 천주교 순교자 현양회도 역시 훌륭하다』라고 하면서『이러한 회를 나는 일찌기 다른 지방에서 보지 못하였노라』고(경향잡지 1949년 6월호)격려의 말을 하는 가운데서 특히 이러한 순교자 현양회를 다른 지역교회에서는 보지 못했다고 까지 언급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세월이 흘러가는동안 한국 순교자현양회는 유야무야하게 그 존재를 잃어만 갔었다. 오늘에 와서는 그런 것이 있었던 사실조차 모르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아뭏든 늦은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서울대교구가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맞이하려는 이 은혜의 때『순교 선열들의 장한 삶을 본받고 그얼을 영원히 이어가기 위하여』(총대리 경 주교의 공문에서)한국 순교자 현양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진정 다행한 일이기에 높이 평가하는 바이다.더우기 서울대교구가 2백주년이 지난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교회 전체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사업을 고려하고 있다는데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그 귀추를 예의 주시하려한다.우리는『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각자에게 고유한 신분과 조건에 따라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일치에 도달할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라는(교회헌장50)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가르침에 주의하여야 하겠기에 말이다.
우리는 21세기를 바라보는 과학기술문명의 산업화 시대에 살고있다.이 시대는 진보와 변화라는 특징을 지닌 세속화한 도시화현상의 시대이다.결코 중세기나 19세기의 생활환경, 사회정세와는 꼭 같을수가 없다.따라서 순교자 현양에있어서 그 방법ㆍ형태를 현대인과 아울러 현대사회에 적합한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곧 현대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성성에 도달하는 길을 발견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순교자를 현양하고 성성에 도달하는 근본적 조건은 과거도 현재도 똑같으며 장소에 의해 다를수는 없다.그러나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때와 장소 각자의 놓여진 조건에 의해서 다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공의회는 순교자 현양에 관한 사목상의 지침을 제시하고있다.『어떤 남용이나 지나침이나 결함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을 제거하든지 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모든것이 그리스도와 하느님께 보다 풍성한 찬미가 되도록 개선하기를 권고하는 바이다』라고(교회현장51) 사목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또한『진정한 순교자 현양은 의적 행사의 복잡성이 있다기 보다는 모름지기 우리의 행동적 사랑의 깊이에 있다는 것을 신도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하겠다』라고(교회현장51)사목적 권고를 공의회는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시대에 있어서 순교적 믿음을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이 문제는 우리가 순교자를 현양하는데 있어서 심각하게 배려해야할 사목상의 문제이다.우리는 영성 안에서 신앙의 쇄신으로 인간에게 주어진「창조주의 모습」(골라시아3ㆍ10 창세기1ㆍ27)을 회복하는 것이 이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길이 아닌가 한다.
참 인간이 되는 것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참인간에의 회복에는 많은 고통과 역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순교정신으로 자기 자신을 인간화하고 나아가서 사회를 인간화하는 일에 참가해야만 하는 중요성과 긴급성을 깨달아야 한다.
순교적 믿음을 사는 삶은 인류와 오늘의 시대에 충실하고 그리스도와 그 복음에 충실하고,교회와 교회가 이 세계 안에서 갖고 있는 사명에 대해서 충실하여 참 인간화에 애쓰는 생활이다.
한국 순교자 현양위원회가 제시한 사업내용을 보면 순교기념지와 교회 사적지의 확보및 개발 그리고 순교자 기념박물관과 기념성당 운영및 지원등이 눈에 띈다.사실 서울대교구는 제시한 사업내용에 대해서 뒤쳐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특히 피로써 물들인 서소문과 순교자의 시체가 산같이 쌓여 있었던 광희문에 대한 사목적 선교적 배려는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순교자 공경이 처음 시작된 곳이 순교자가 묻혔던 장소였다면 현양위원회는 오늘의 광회문에 특별히 유의하여야 하겠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대로 순교자 현양에 관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외적 신심이나 외형적 사업에 열을 올리지 말로 행동적인 사회적인 애덕을 열렬히 실천하는 가운데 순교자의생애를 모범으로 하고 순교자와의 사귐에 참여하는데 중점을 둬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회전체는 사랑의 최상 행복 속에서「하느님과 살해되신 어린 양」을(묵시5ㆍ12)흠숭할 것이며「옥좌에 앉으신 이와 지친 양에게 찬미와 영예영광과 권능이 세세에있으소서」(묵시 5ㆍ13~14)하며 소리맞춰 외쳐야 할 것이다.
(교회헌장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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