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만 같아요.” 밤이다.
백여 명의 입원 환자들도 모두 조용히 꿈나라로 가셨다.
그러나 이 밤도 나의 귀엔 소영이와 김 자희씨의 환희에 찬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하늘을 날 것만 같아요. 새로 태어난 기분인걸요.』
유달리 크고 검은 눈동자에 화사한 미색 투피스를 입고 퇴원 하던 소영이는 정말 공중을 날을 것 같은 한 마리의 나비를 연상케 했다.
4년 전부터 헛배가 부르는 듯 하더니 몇 개월 전부터 부쩍 커진 배…
친구도 친척도 하물며 부모님 까지도 처음엔 임신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주는가 하면 임신한 사람보다 배가 더 커지자 그 오해가 풀리기는 했으나 몇 백만 원이 든다는 경제 사정 때문에 입원도 못하고 비관만 하던 그녀가 도티병원에 입원해서 커다란 물혹을 꺼냈던 것이다.
『수녀님 이곳이 바로 낙원이 아닐까요? 저녁이면 뒷산에선 소쩍새가 울고 낮에는 한 무리의 꿩들이 날아와 모이를 쫓는 공기 좋은 병원에서 좋은 약 먹고 일급 박사님께 수술도 받고요』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엔 이슬이 맺혔다.
『그래요, 소영이 그 기쁨 오래 오래 간직해야 해요. 그리고 이렇게 큰 기쁨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세요.』
수위실 쪽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귀에 또다시 크게 외치는 감격의 목소리!
『수녀님, 오늘 그 사람이 음식을 먹었어요. 김치도 먹었다니까요』
310호 김자희씨의 남편이었다. 그의 눈에도 기쁨의 눈물이 줄줄 흘렀다.
17년 전 뜻 아닌 부부 싸움 끝에 죽겠다고 부인이 양잿물을 마셔서 식도가 망가져 튜브로 음식을 넣어 생활했으며 침 한번 삼켜 보지 못했던 그녀가 우리 병원에서 수술한 후 17년 만에 음식을 먹은 것이다.
『돈이 없어 수술을 못해 주고 죄책감 속에서 살았고…』
그녀의 남편은 말했다『식도 수술, 드디어 성공』외과 과장님의 좋아하시던 모습도 떠오른다.
난 확신한다.
이집은 주님의 집이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집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기쁨과 평화를 되찾게 되리라고.
그리고 곧 수술을 하거나 치료해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못 받는 신자 분이 계시다면 찾아 주시고 외교인에게도 알려 주신다면 전교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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