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첫 고백 성사를 보는 도중에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줄줄 외우던 기도문을 깜박 잊어 버렸다. 그때만 해도 기도문을 더듬거리면 퇴짜를 맞고 혼이 나던 시대이다. 어린 마음에 겁도 나고 두렵기도 해서 등허리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으며 눈앞이 캄캄했다.속으로『이거 큰일 났구나!』하는데 고맙게도 신부님께서 포근한 음성으로 기도문을 가르쳐 주셨다. 그 순간 신부님의 단정하고 친절함에 뜨거운 감사를 드렸다. 그래서 앞으로 나도 커서 신부님처럼 인자하고 다정한 신부님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사제성소를 받은 첫 동기는 고백소 안에서 이루어졌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오늘까지 고백성사를 받는 것이 두렵고 싫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 신부님과 가깝게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고백성사를 주는 사제가 되고 보니 신부님의 짜증스런 모습도, 인자하신 마음도 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철이면 긴 수단을 입고 선풍기 하나 제대로 없는 고백소에 들어가는 것이 기분 좋을 신부님은 별로 없는 것이다. 답답하고 냄새나는 고백소에서 귀만 바둑이처럼 쫑긋 세우고 열심히 고백을 듣노라면 내 귀는 좌로 도금이 되는 것만 같다 어떤 할머니는 고백소에 들어와서『죄인은 신부에게 강복합니다.』하고는『사는 게 다 죄지 무슨 죄가 있습니까?』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아무 죄도 없다.』고 한다.
또 어떤 할머니는 자기 죄는 하나도 고백하지 않고 며느리 험담만 실컷 하고는 사제의 훈계는 듣지 않고 그냥 나가 버린다. 어떤 할머니는 주일마다 습관적으로 성사를 받기도 한다.
고백성사를 받으러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데 용하게도 새치기를 해서 들어와서는『별 죄사 없지만 섭섭해서 왔다』고 하고는「아멘」만 연발하고는 그냥 나가 버린다. 웃지도 화내지도 못할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신부님이 고백소에서 호랑이처럼 고함을 질렀다는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고백소는 울고 나서 웃고 가는 곳이다. 죄로 죽은 영혼이 성사를 통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과 평화를 얻어 돌아가는 곳이다. 그러기에 고백소는 죽음과 생명이 교체되는 곳이고 하느님과 화해와 친고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주님의 말씀처럼 조인인 우리는 진정으로 용서해 주시는 주님을 찾아야겠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보면 남자 교우들은 고백성사 받기를 싫어하고 기피한다. 고백소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님의 기적을 체험하기 보다는 인간적인 체면ㆍ위신ㆍ안면 때문에 주님께 나아가는데 장애를 받고 있는 듯하다.
고백성사를 자주 받지 않는다고 죄가 적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고백성사를 받는 것이 두렵고 싫은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죄와 인연을 끊어야겠고 그러지도 못 했을 때는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을 믿고 고백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새 삶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는 고백성사를 주다가 짜증이 날 때면 비안네 신부님을 생각한다. 그분은 평생 고백성사 주는데 가장 큰 사제의 보람을 느끼고 사셨다 한다.
적어도 사제가 고백소에서만은 인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죄로 상처받고 죽어 가는 영혼들이 치유되고 새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 당신의 자비가 이 땅에 가득 함을 우리는 믿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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