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쁜날. 순교선조들께 드리는 공경과 마음이 무딘 글로써 어찌 다 표현하겠읍니까?
우리 순교선조 들이시여!성인이라고 부르는것이 너무 성급하다고 나무래지마세요.조그만 절차나 예식이 그리 중요한것은 아니잖아요?
오늘은 심한 가뭄으로 목이 타는 대지 위에 단비다 촉촉히 내리는 주일에 당신들께서 성인품에 오르실것이라는 귀한 소식이 우리 후손들의 마음을 기쁘게하는 성스러운날입니다.
오늘 저녁 가족기도를「장하다 복자여 주님의 용사여…」복자찬가로 시작할때 감격과 감사가 방이 떠나갈듯 했읍니다.
늦게나마 당신들이 성인반열에 오르시도록 사순절에 시작된 성당 순회기도가 주님대전에 응답되었다는 기쁨이 우리를 더욱감사하게 합니다.
그 소식이 전해졌을때 저는 눈물이 쏟아짐은 웬일일까요?흔히 이야기하는 세상살이의 센티멘탈한 감정이라고 할수만 있을까요? 아닙니다.그것은 당신들의 고통과 수난에 대한 우리의 반성이며 당신들께 드리는 진정한 사랑의 표시입니다.
황무지였던 이땅에 오묘한 진리를 외국선교사에 의함이 아니고 당신자신들이 찾아 봉건적인 시대풍습속에서 박해와 순교로 지켜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신 당신들을 이제야 성인으로 공경케 된것이 웬지 늦은감이 있어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서는것도 사실입니다.
외국성인들의 영명을 받아 영세하고 주일날 미사에 참여함이 신앙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던나의 믿음이 오늘따라 죄스러워집니다.
우리선조 성인들이시여!당신들이 어느지역에 국한된 복자로서의 존경과 흠모가아닌 전인류가 당신들께 드리는 공경이 당연하건만 새로운 기적같이 생각되는것은 우리후손의 무지와 등한함과 우리자신만의 복을 받으려는 기복(祈福)신앙에 연유한 안이함임을 깨닫고 반성합니다.
당신들께서는 이제 김안드레아만이 영명이 아니고 김대건도 영명이라고 생각하니 영명이 두개, 세상성명이 하나로 당신들의 이름은 세개나 되는군요.
그렇게 이름이 중복되는 번거로움도 우리 후손에게는 없어져도 될 것 같아요
이제 당신들의 이름을 우리들이 영명으로 받아 수호성인으로 모실때 외국성인의 호칭보다는 더친근하고 부르기좋고 자연스러워지겠지요.유아영세때는 당신들의 이름으로 영명을 짓게되면 이름은 영명과 성명이 하나로 족하겠지요.
선조들이시여!감사합니다.우리교회가 우리습관과 전통에 의해 토착화를 시도해 가기위해 애쓰시는 우리교회 지도자들께 당신들의 보살피심과 미약함을 돌보셨음으로 깊이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가톨릭」교회의 어원은 보편적 일반적 대중적이라 생각할때 당신들의 성인호칭으로 생기는 국산화 호칭이 전교사업에 커다란 전기(轉機)가 될것을 의심치않습니다.
성스럽고 고상하며 고유한 전통교회라고 자만하기에 앞서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시고 묵주를 들고 천주경을 외우시던 당신들처럼 우리 교회도 이웃형제들이 우리전통과 생활양식에 적응된 전례에 따라 부담없이 찾아오고 쉽게 한 형제가 될 수 있는 활짝 열려야겠지요.또한 당신들이 성인반열에 오르시도록 드리던 기도와 간구가 이제는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림과 동시에 당신들이 우리후손을 위해 발어달라는기도로 바꾸어져야 할 것 같아요.
선조들이시여! 당신들이 이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생활로 증거하고 그의 사랑을 온겨레에 심어주고자 가시밭길을 걸어가신 생활옛터(聖地)를 잘 가꾸지 못한 것도 오늘따라 더 부끄러워 집니다.
곳곳의 성지가 우리의 무관심과 미약함 때문에 기념비하나 세우지 못한곳도 많고 개발 도중 중단된 곳도 많이 있읍니다.비오니 당신들의 전구하심과 축복으로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여 당신들의 생활옛터를 잘가꾸고 보존하여 우리와 다음후손들이 당신들의 뜻을 배워 실천함으로써 당신나라가 이땅에 이루어지게 도와 주시옵소서
선조들이시여! 이번 주일날이라도 아직 가보지못한 당신들의 발자취를 찾아 그곳에 돌 하나라도 바로놓고 버려진 휴지 하나라도 주워 보렵니다.후손들이 찾아가는 발걸음 마다 당신들의 믿음의 정신과 인내와 극기를 더하시옵소서.
선조들이시여!천국에서 주님을 모시고 여러성인들과 영생하시고 미약한 우리 후손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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