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도 나를 먼저 미워했다는 것은 알아두어라.
너희가 만일 세상에속한 사람이라면 세상은 너희를 한집안 식구로 여겨 사랑할 것이다』(요한15ㆍ18∼19)
山淸 성신리에 있는 나환자마을을 찾게되었다. 7시에 부산을 출발한 차는 쾌속으로남해고속도로를 삽상하게달렸다.
차는 6시간 달려 山淸읍을 지나 신암면 성신리 마을에 당도했다.
밭에서 열심히 풀을 뽑고 있던 이곳 나환자마을 사람들은 일손도 멈추고 일제히서서 인사를 한다. 대개가 나이든 분들이라 얼굴도 손발도 그리고 걸음걸이도 정상이 아니다.
마을앞 경호강에는 며칠전에 내린 폭우로 하얀 포말이 튕기면서 흐르고 바위틈에는 몇몇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었다.
산에는 숲이 울창하고 양철지붕의 집들이 보기좋게 들어서고 저쪽편에는 병원이 섰고 성당과 학교가 현대건물로 장중하고 의연하게 하늘에 솟았다.
마을 입구에 丁時文 神父님 송덕비가 이마을 守護神인양 아담하게 섰다.나는 여기서 창규라는 함안태생의 청년을 만났다.고교를 졸업하던 해 팔을 심하게 책상모서리에 부딪혀 피멍이 들고 손발이 뒤틀려 약을 쓰기도 했지만 결국 몹쓸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몸에 이상을 갖게되자 마음마저 변질이 되었다는것이다.하루에 몇번씩이나 실의를 느끼고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고,그리고 이 세상에는 비정만이 존재한다는 의식만이 명료해 질뿐 그것은 사람으로서 갖게되는 근원적인 고독 그것이라고도 했다.
병이 밖에 드러나자 근 한달은 낮에는 다락방에서 사람을 피해가면서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를 얻지못하고 결국 이곳 마을로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구라사업에 애쓰시는 교회와 신부님의 영향도 컸겠지만 일본작가 北條民雄의「생명의 初夜」란 소설을 읽고서였서요.나병에 걸려 가방하나를 들고 어쩔수없이 나병수용소를 찾는 참담한 내용의 글이었어요』
『다른곳에서 우리같은 사람이 일 할 곳이 있겠어요? 일할수 있는 행동의 광장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 지 몰라요.아침 5시에 미사에 참례하고 하루 한시간 신부님 강론을 듣고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에 우리자신을 맡기는거죠.콩밭 감자밭 그리고 양계 양돈 우리는 모두가 생의 기쁨을 느끼며 만족하게 일하고 있어요』
『온갖 역겨움과 증오 혐오심으로 병들어간 자신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자신의 살아갈길이 무엇이라는 것도 똑똑하게 알고 정년 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읍니다』
창규씨의 얼굴에는 구름한점없는 맑게 개인 가을하늘처럼 밝아보였다.
『주여 내 입시울을 열어주소서,애 입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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