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중순을 넘어섰으니 여름이 내 삶에 진하게 와 닿는 것 같다.무더운 여름이 오면 이름모를 깊은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그러나 해마다 꾸는 꿈이지만 한번도 이루지 못한 꿈이 되어버렸다.여름이 오면 잊혀지지 않는 수녀님이 계신다.
그분은 어는 해 여름 휴가를 얻어서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가서 며칠을 쉬고 왔단다.워낙 산을 좋아하는 분이라 거추장스런 수도복을 입고 등산을 했다니 걸치고 있는 것은 모두벗어 던지고 싶은 무더운 여름에 얼마나 복장의 불편을 느꼈을까. 거기다 나에게 선물하느라 아기만큼이나 무거운 돌을 구해다 주었으니 얼마나 더 땀을 흘렸을까하고 생각하니 고마움에가슴이 울컥해진다.
더운 여름 훌훌 벗고 바다나 내로 달려가 물속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 누구나 간절한데 옷을 벗지 못하는 수녀님들의 그 고충이 얼마나 클까 생각하면 남자로 태어나 신부로 된것이 다행스럽고 감사스럽다.하기야 신부인 나도 훌훌 벗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긴 수단을 입고 그것도 부족해서 미사때는 장백의 제의까지 겹쳐 입으니 이건 무슨 보속인지 운명인지는 몰라도 삼복더위에 팔자 치고는 괴상한 팔자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교우들은 벗었는지 입었는지 모를정도의 차림을 하고는 미사때 부채까지 동원해가며 덥다고 아우성이니 본당살림살이 긴축에 긴축을 해서 성당마다 에어콘을 시설해야 할것같다.
겨울에 온방이 되지않으면 추워서, 여름에 냉방이 되지않으면 더워서 성당에 못나오겠다는 불평도 있으니 어떻게하면 좋을까!호텔처럼 안락하게 꾸며놓으면 그때는 성당에 많이 나올른지.『더운데 강론도 없애고 미사도 짧게드리라』니 더울때는 신앙생활도 간단히하면 되는것일까!세상이 갈수록 편리해서인지는 몰라도 신앙생활도 편리하게 하고자하니 세상탓으로만 돌려야할까!그러자니 심심산골로 피난다니며 거지보다도 못하게 생활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생명까지 바쳐야했던 순교선열들께 죄송스럽게만 느껴지니 어찌하면 좋을까! 세월이 어떻게 된것인지 남자들은 입기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벗기를 좋아하는것 같다.
이땅의 남쪽 항구도시 부산은 7월부터 해수욕장을 개장했다니 원색의 바다가 눈앞에 선해진다.수백만의 사람들이 에덴동산의 모습되어 한여름의 더위를 마음껏 만끽할것을 생각하니 나도 저절로 행복해지는듯하다.아마 올해도 예외없이 사람들의 열기가 바닷물을 데울것 같다.이 바닷가에 모여드는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수 있을까를 궁리해본다.정말로 여름철의 해수욕장은 황금어장이다.『사람낚는 어부가 되어야 할텐데!』하면서도 묘안이 없다.해수욕장에서 나인(裸人)이 되어버린 상태처럼 어쨌든 올 여름에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가면과 죄스러움을 벗어버리고 주님앞에 설수 있도록 해변에서라도 결심해주었으면하고 비는 마음이다.그리고 올 여름에도 해변에서 정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정담을 나눌수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그리고 옷을 벗든 입든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착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고 믿음의 여름이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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