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신변과 주위에는 우는 사람은 없을까? 생이별한 육친과 다시 만나지 못한 채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 그리움에 지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은 없을까.
내가, 우리가, 이 민족이 죄를 얼마나 많이 지웠기에 하느님께서는 푸주간의 약처럼 우리를 넘기시고 이곳저곳에 우리를 흩으셨는지』(시편41ㆍ11참조)모르겠다.
온 국민을 눈물과 감동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만남의 신비를 현실적으로 체험케 한 이산가족 찾아주기 운동을 놓고 전 인류 일치의 표지이며 도구인 한국 천주교회의 구성원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묵상했을까.
진정 이 땅의 하느님 백성은 이산가족의 문제에서 성서적 의미를 찾고 더욱 하느님은 구원계획 안에서 이 민족에게 무엇을 주시며 요구하려는 것인지 그 나름대로 숙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제자이기에 이 슬픔과 눈물의 현실적 역산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경륜을 묵상하며 구세사적 의미부여를 우리 모두가 이산가족에 해야 할 것이고 또한 그리스도의 교회인 한국교회는 이산가족 안에서 주님으로부터 주어진 본질적 사명을 재인식하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하겠다는 말이다.
『사람들을 거기서 온 땅으로 흩으셨다』라는(창세기11ㆍ8) 이산이 내포하고 있는 성서적 의미는 살은 인간 상호간의 분열의 표징인 것이다. 38선의 남북분단으로 말미암아 민족의 분열은 이산가족을 낳게 했고 더욱이 6ㆍ25동란은 그것을 촉진 심화시켰다.
이산은 우리 민족의 비극일 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아픔인 것이다. 우리는 구약의 시대에 있어서 시편 44절에서 구약의 시인이 노래했듯이 비극적인 사태로서 경건한 이스라엘인을 괴롭혔다는 그 이산을 상기해야 할 것 같다.
5백 만 이상의 이산가족은 각도에 점주하고 있으나 생이별의 모진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혹시나 헤어진 육친을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땅에다 가족을 남겨두고 온 사람들은 찾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더욱이 북한의 폐쇄적 독재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 민족 모두가 얼마나 한마음으로 아파하며 울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의 이산가족이라는 비극을 낳은 민족은 세계에서도 그 예가 적을 것이다. 그런대 이산가족 찾기에 관련된남북대화의 제안을 황당한 궤변 등으로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일부집권층은 이산가족의 고통도 모르고 잡아 찢긴 민족의 비극도 모르느냐 말이다.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 북한의 일부집권층은 우선 인간으로 돌아와야 한다. 인간의 마음과 양심을 되찾는 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정의와 평화는 인간의 양심을 가져야만 비로소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산가족을 통해서 우리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구약의 백성이『야곱의모든 부족을 모으시고 그들이 처음에 받았던 유산을 돌려주소서』(집회서36ㆍ10)라고 하느님이 그 백성의 전 종족을 모으시는 날의 도래를 기구했듯이 우리는 민족의 통일을 기도하며 흩어진 이 백성이 하나로 모여지기를 간구하여야 하겠다.
둘째 침묵의 교회에 대한 사목적 과제를 수행하여야 한다.
북한에는 엄연히 두개교구가있어 그 교구장이 임명돼있다. 실제로 사목과 설교가 불가능하다고 아예 포기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통일을 내다보면서 사목의 기초 준비 작업이라고 해야 한다.
가령 북한 교구내의 이산가족실태를 조사 파악한다면 그것은 사목적이라 할수없을까.물론 2백주년기념사업위원회에 북한선교부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말이다.
셋째 교구 차원 혹은 본당차원에서 이산가족 찾기에 필요한 정보 사료 수속서류를 구비하여 육친과 만나지 못해 울고 있는 신자는 한사람도 없도록 사목적 배려를 하여야 하겠다.
넷째 이산한 이스라엘인이 이방인에게 하느님의 힘과 위대하심을 드러냈듯이(토비드13ㆍ3~6참조) 교회공동체는 이산이라는 약에서 보다 큰 선을 찾아내 복음 선교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의 이산이 그 백성을『깨끗이 씻어주기위하여』하느님께서 역사하신 것임에(에제키엘22ㆍ15)비추어 우리 교회도 이산의 비극을 통해서 사귐의 신비와 하나로 모으는 일치의 성사의 참 모습을 이 민족에게 밝혀 드러내야 한다.
다섯째 교회의 지도자는 감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특히 남북분단에 의하여 절단된 동족의 정을 다시 융합시키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하다못해 현상에서 가능한 이산가족 사이를 맺어주고 분단의 벽을 넘어서 민족 사이를 사귐으로 이끄는 연수를 하여야 한다.
강조하거니와 이 민족은,이 백성은 이산의 고통을 극복하며 그리스도께서『자기 민족뿐만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 죽었다』는(요한11ㆍ52)역사적 사실을 상기하기를 그리하여 마음 안에 품은 38선을 깨부수고 분단의 벽을 넘어서 동족화해의 계기를 성취할 수 있는 이산가족찾기운동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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