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다 축구 슈퍼리그다 해서 봄이 들자부터 TVㆍ라디오가 시끌시끌하다. 가정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탄성과 아우성이고 사람들은 거기에 혼줄을 놓고 있다. 지난달엔 국제청소년축구가 벌어져 잠까지 설치케 하며 진종일 축구이야기로만 시끄럽게 했었다. 그후 이산가족재회에 이어 다시 프로야구 시즌에 접어들어 주중에도 TV중계를 하여 지금은 아이들의 저녁 밥숟갈까지 놓게 하고있다.
운동장에서 선수가 뛰고, 달리고, 차고, 치고 하는거야 당연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돈주고 구경하는 것도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면 권장할만하다. TV가 더욱 설쳐댄다는데 문제가 있다. 프로야구의 중계는 스포츠의 발전과는 크게 관계없는 것일게다. 한 이닝과 이닝사이의 광고가 주는 수입과 관련있는 것인지 모른다. 프로야구팀 자신이 중요한 광고 모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TV의 힘으로 지금 우리의 프로야구는 붐을 타고 열기는 식지 않고있다.
프로답지도 않는 경기에도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매료된듯 해설을 해주면 TV 앞에 앉은 사람들이야 그런가 보다 할 뿐이고 그러면서 서서히 각 팀의 승들과 순위따위에 신경을 쓰게되고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되고 마는 것이다.
프로야구가 없으면 실맛이 없다는 소리가 나올 판이 된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사회는 愚衆化돼 가는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 가운데 공부는 뒷전이고 매양 TV나 들여다 보며 그 「바보상자」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바보의 프로化밖에는 아무것도 그의 어른시절에 기다려주지 않을것처럼. 이런 아이들은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이 자라 게다가 사지선다형에 객관식 문제만 달달 외워 풀어나가는 교육풍토에 청장년이 되어 어떤 사회를 그들은 만들며 살겠는가. 愚衆化소리? 끔찍한 일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책 읽고 진리가 무엇인가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실체 진정한 삶에 대해 곰곰 사색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TV의 마력이 가로막아 사람들을 책에서 눈을 떼게 하고, 사고의 시간을 뺏아가고 있다. 많은 시간대의 스포츠중계가 그렇다.
작년 프랑스에 유학 중에 본 영화 한편은 상당히 냉소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제목은 「예수 탄생 15분전」. 제목이 그렇듯이 예수가 탄생하기 15분 전의 이스라엘과 로마 르뽀였다. 사람들은 모두가 바보들이고 그저 먹고 마시고 섹스하고 구경이나 하면서 즐긴다. 스포츠야 말로 최상의 타임 킬러였다. 고대 로마 복장을 한 아나운서와 카메라맨이 금빛 찬란한 TV카메라로 스포츠 중계를 하고 있다가 그냥 스파트 뉴스로 예수가 탄생했다고 보도한다.
말 구윳간의 남녀와 방금 탄생한 어린이가 잠깐 보이다 끝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건 현대인의 맹목성, 어떤 우중화 현상이다. 예수의 탄생은 이 영화에선 짤막한 뉴스일뿐 그외에 다른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우리의 TV가 이런 우중사회를 위해 머리를 짜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선진국 어느 나라에 황금시간에 프로야구를 번갈아 가며 중계하고 있는지. 프로야구를 육성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그것이 우리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긴 커녕 오히려 해악을 몰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되는 지금에 말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