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도시들을 돌면서 느낀 소감은 그 도시들이 교회를 축으로해서 언제나 이룩돼 있다는 점이었다.「서베를린」처럼 도시가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교회를 축으로 한 것 같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도시가 그랬다.
교회의 첨탑은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도시의 한 가운데 제일 높게 보이는 교회의 종탑이 마치 그 도시의 상징처럼 떠올라 있다. 그 종탑에서 저녁 무렵 종이 울리는 것은 참 아름답다.
내가 있던「보르도」시내에는 셍 땅드레 대성당이 있고 성당과 별도의 건축물로 대종탑이 있다. 거기서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 종이 울리는 것을 들은적이 있다. 종소리라면 절에서 울리는 뎅…뎅…소리와 어렸을 때 일요일이면 동네 개신교 교회당에서 울리던 작은 종소리만 들었을 뿐인 내 귀에 이 대성당의 종루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신비했었다.
처음에는 아주 느리게 둥둥하던 것이 점점 빨라지면서 커다란 화음으로 울리던 것이었는데 가까이 있으면 그 강한 화음으로 해서 주변의 어떤 소음도 압도하던 것이었다.
아마도 도시의 이 종소리는 아주 옛날 머나먼 시골에까지 메아리 쳤을 것이고 사람들은 하루를 끝내고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일을 끝내는데 대한 감사의 기도를 올리게 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잘 아는 밀레의「晩鍾」도 그런 종소리에 대한 반응의 포즈일 것이다. 밀레가 살던「바르비종」이란 곳과 그가 이젤을 세워놓고 가끔 그림을 그렸음직한 위치에 서 보기도 했는데「晩鍾」의 종소리는「빠리」의 노트르담에서 들려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하는것도 과장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종소리의 여운은 크고 장엄했다.
그곳의 교회 이야기를 계속 해야겠다. 도시를 상징하는 큰 성당이외에、길이 만나거나 갈라지거나 하는 한 구역의 중심에 큰 성당보다 작은 성당은 있다.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일 것이다. 이 경우는 대도시에 한한 것이고 인구 10여만의 작은 도시에는 성당이 보통 하나정도인 것 같았다. 대부분의 교회는 바깥에서 보면 빈 유물처럼 시꺼멓거나 작은 창문들 때문에 도무지 음침하게 보인다. 무겁고 큰 출입문은 언제나 닫혀있고 쪽문으로 사람이 드나든다. 그러나 그 쪽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놀라버릴 것이다. 컴컴할 것 같은 교회 안이 불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밝도록 해놨고 창문의 채색유리 장식은 내부에 신비한 조명을 제시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들 중년부인들의 부업스리즈 가운데 하나인 스테인드 글라스다. 그곳에선 그냥 비트린느라고 했지만. 이 비트린느의 아름다움은 교회마다 독특한 형식으로 자랑의 근거가 되고있다.
내가 보았던 최고의 비트린느는 노트르담과 투앙의 그것 같았다.
왜 그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도시를 형성했을까. 왜 그들은 교회 첨탑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지 않고 살아왔을까. 대답은 성당이 하나의 삶의 규범이며 최선이며 지고한 상징이기 때문일거라는 단정이다. 삶의 의미 자체이며 근원이 교회라는 말이다. 교회를 세우고 그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만 모여 사는 사람들의 긍지로선 교회를 먼 변두리에 하꼬방같이 세워놓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강남지방의 상가아파트에 가서 보는 교회들의 그 우스꽝스러운「아파트化」에、문득 유럽에서 부지런히 찾아본 교회의 장엄한 인상이 되살아나 몇자 적었다. 문제는 드나드는「사람」들의 믿음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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