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인 9월 4일은 우리 주교회의가 정한 한국교회 2백주년 기념주일이다.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또 신도대중들에게 2백주년에 대한 인식을 깊이하고 기념의 의미를 깊이하며 오늘의 삶 안에 2백 년 전과 아울러 그동안의 역사를 취경험하려는 주일이다.
특히 9월은 복자성월로서 우리 모두가 복자를 공경하며 오늘의 자리에서 복자의 삶을 재현하여 우리의 삶으로 해서 신심을 깊이 하는 달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복자성월의 첫 주일을 한국교회 2백주년 기념주일로 할 만큼 우리 교회는 복자를 비롯한 순교자의 피로써 세워지고 키워지고 굳게 다지며 오늘에 이른 그리스도의 교회인 것이다.
요즈음 우리들은 선열들의 순교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을 매우 많이 듣고 있다. 물론 꼭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오늘날 순교자의 삶을 삶으로 살고 있는가? 그들과 같이 그리스도로부터 파견되어 그로부터 위탁받은 직무와 사명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복음화 되고 있는가? 따라서 참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신 있게 큰소리가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부터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느냐 말이다.
또한 2백주년을 맞는 교회、그것을 기념하고 있는 우리의 교회는 과연 그리스도의 교회다운가? 그리스도의 복음에 뿌리박은 복음화 된 교회인가? 따라서 설립자 예수의 삶을 오늘의 우리들이 그대로 살고 있느냐 말이다.
이러한 물음은 참으로 가슴 아픈 물음이다. 그러나 한국교회 2백주년 기념 주일에 즈음하여 엄숙히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물음 앞에서 아무튼 개심하려는 신앙의 자세가 아니라면 또 겸허하게 이 물음에 응답하지 않고서는 2백주년을 기념한들 무슨 뜻이 있겠는가 말이다.
한국교회 2백주년 기념주일이라고해서 기념행사를 위한 기금의 헌금에 심경을 곤두세운다면 영성의 빈곤으로 빠질 우려가 없는지 모르겠다. 물론 특별2차 헌금에 모든 정성을 다하여야 하겠다. 왜냐하면 2백주년의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기 위하여 하느님을 찬미하여 이 땅에 빛을 밝히는데 거룩한 돈、감사의 헌금이 마땅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 헌금을 통하여 하느님 안에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2백주년을 기념하려는 영성적 각성이 앞서야 하겠다.
선조들은 재물 명예 권력보다도 하느님을 우선으로 택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야말로 오늘의 우리들의 영성인 것이다.
이미 보도된 바가 있거니와 아직도 신도들은 2백주년이 무엇인지,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어떻게 참여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각 본당은 본당단위 별로 이 한국교회 2백주년 기념 주일에 강론과 기타 어떤 형태이든 좋으니 교육을 통하여 신도들에게 2백주년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깊이 하도록 온갖 노력을 하여야하겠다.
뜻있게 이 주일을 보내는 유일한 길은 그 2백주년을 위한 신도의 자각도를 높이도록 사목적 배려와 사목적 활동을 하는 일이다. 물론 중앙기구에서도 이 주일을 위하여 다각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가령 그것이 미흡하다 하더라도 본당 차원에서 본당 주임신부와 더불어 사목협의회원들이 방책을 강구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힘써야 할 것이다.
차제에 2백주년 기념사업과 행사의 전반 상황을 신도대중에게 알림으로써 그것이 어떻게 진척되고 있고 그 뜻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인식시켜야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교구적 차원에서는 지금까지의 사업 및 행사의 발자취를 검토하여 조직적으로 그것의 진행을 가속화하여야 하겠다. 특히 교구사목회의에 대해서 성의 있는 반성과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 바이다.
그리하여 교구 및 본당에서 늘 그랬듯이 현실적으로 적당히 지내는 따위의 일이 없도록 사목적 배려를 하여야 함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한다.
진일보하여 구세사적으로 기념주일을 조명하여 역사 앞에선 이 땅에 존재하는 파견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자기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역사 앞에서의 결단은 그 백성의 쇄신과 더불어 교회의 쇄신, 교구의 쇄신, 본당의 쇄신을 기하여 내년 1984년 은혜의 때를 교회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의미있게시리 맞이할 수 있게 하는 일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이 땅에 빛을 밝게 비추어 민족 복음화의 실현에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고 복음적 새 시대를 맞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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