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비슷비슷한 집들- 특히 아파트는 꼭같은 구조들이지만-에서 살면서 비슷비슷한 TV프로들을 보며、비슷비슷한 생각들을 하고、비슷비슷한 직장에 근무하며、비슷비슷하게 벌어먹고 살아가기 때문인가 보다.
술이 취해 악악거리면서 세상과 심지어 우리의 하느님까지 비난하던 60년대와 70년대 초반의 모난 사람들조차、이 조용한 80년대에 들어서자 부터 입을 다물고 술만 들이키고 있다. 실제 내 친구들 가운데 그런 녀석들은 많이 있었다. 2차다、3차다 하며 술에 악이라도 뻗치듯 마셔대던 녀석들은 간단히 소주 몇 잔 정도로 마감하고 훌쩍훌쩍 일어선다. 나를 포함한 녀석들에겐 낭만이고、무용담이고、이념적 强辯이고、학문적 주장이고、사랑도 증오도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일까? 관심도 없어지고 흥미도 잃고 자아를 관철시키는 기력도 포기하고、다들 기왕에 얻은「자리」에 만족하며 절절 매고있는것일까?
다양성이 없는 사회、한두 가지의 외침이 전체를 침묵시키는 사회、목청 돋군 토론이 없고 속삭임과 한숨이 번지는 사회、우우 몰려갔다가 우우 몰려오는、눈치와 코치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만 가득 찬 사회에 발전이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창조력?…그것도 마찬가지다.
이때 있는 것은 진부하고 쇼비니즘적인 언어로 가득 찬 詩와、동화의 세계 같은 소아적 소설、허망과 흘러간 가락에의 천착인 저급문화일 뿐이다. 이런 현상은 파시즘체제에서、또 현대의 공산주의 체제에서 흔하게 적발될 것이다.
한때의 奇人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金權과 상업주의의 높은 파도는 그들을 정신병동으로 밀어부친 것일까? 아니면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타협시켜 「奇性」을 절멸시키기라도 했단 말인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의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있는 것은「보통사람들」뿐이다.
지난번 浦項에서 열린「해변시인학교」에 취재하러 갔을 때 한 여학생의 꿈같은 말에 나는 失笑를 금할 수 없었다. 그 여학생은 詩人이란 사람들이 그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시인은 굶으며 살 수 있다는 거요? 』라고 물었더니 그 학생은『그렇게 생각해온걸요』했다. 시인들에게 그 말을 옮겨 줬을 때도 그들은 우선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이 없었다. 그때 그들은 자신들 속에 이미 상실한「奇性 」을 자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보통사람들」로 변신해 있음을 자각한다는 것은 시민의 의무를 잃고 있다는 자각과 상통한다.
시인의 의무는 민족의 언어를 갖고 민족의 언어를 정화시키고 보통사람들이 쉽게 느끼지 못하는 진실을 밝혀내는데 있다. 앙드레 브르똥이 「시인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말한 저의는 여기에 있다. 누구로부터 선택인가? 우리의 하느님으로부터? 아니다. 민중으로부터 민중의 감동으로부터인 것이다. 세속적 욕망에 다들 물들어 있다. 아파트가 재산증식의 수단이라는 상식에 때가 묻어 복덕방을 들락거리듯 사람들은 후조같은 생각을 머리 가득히 채운 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만나자마자의 話題란 직장생활이 어떠냐? 어디에 사느냐? 돈 좀 벌었냐? 따위다. 철학을 이야기하고 종교를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최근에 읽은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거기에 문화는 무성한 잎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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