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비극이 있다.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공격에 의해서 대한항공사의 민간항공여객기가 격추되어 이에 탑승했던 2백69명이 생명을 잃었다. 이러한 소련의 야만적 행위는 하느님의 고통、하느님의 수난으로 생각되는 어처구니없는 충격적 사건을 일으켰다.
마치『온 세계가 악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Ⅰ요한 5ㆍ19) 것 같은 순간이었고 비구원의 현실이었다.
사실 소련의 세계 공산화라는 전략전술에 의한『그 악의 세력은 은연중에 활동하고 있었다』는(Ⅱ 데살로니카 2ㆍ7) 것을 실증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또한 소련의 대한항공여객기 공격 추락행위는『그 악한 자의 모습을 완연히 나타낸 것이다』(Ⅱ 데살로니카 2ㆍ8참조)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소련 전투기는 대한항공여객기 격추 2시간 전부터 그를 뒤쫓고 있었고 하등의 사전 경고 조치도 없이 공대공(空對空) 미사일로 공격했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결단코 용납될 수 없는 비인도적 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가사 대한항공여객기가 항로를 잃고 소련 영공에 들어갔다 한들 비무장 민간여객기를 그런 따위로 무조건 쏴서 공중대학살을 꼭 해야만 하는가 말이다.
『희생자를 정해 놓고 공격을 준비하여 용서 없는 살인을 하고 나서 잠에 든다는 것이 그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냐』고 말했던 스탈린의 잔학무도한 행위를 모범 삼아 되풀이하는 소련이기에 능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비극인 것이다.
물론 소련이야말로 모든 형태의 수성(獸性)과 인간존엄의 타락、인간성의 붕괴가 실현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이 이번의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시킨 계획적 살인행위를 보더라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는 것이다.
타스통신이 제 아무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온갖 훌륭하고 기묘한 보도용어로 전 세계에 정보를 흘려보내 홍보한들 어떤 이유도 결코 용납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을 물질적 전술도구로 여기고 인간의 존엄을 아예 무시하는 공산주의의 인간관 위에 존립하는 소련이기에 생명의 존엄과의 양립이 불가능한 나라라 하더라도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성은 공산주의에 꼭 승리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ABC방송도『세계 제3차 대전이 중간점에 와있다』고 보도했거니와 이번 사태야말로 평화를 유린하는 엄연한 군사행위이며 전쟁에의 도발인 미사일 발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련은 외교전략 혹은 군사 정치 전략으로 평화공존을 내세워 평화애호라는 흉계가 가득 찬 전술용어로 온 세계를 기만하고 전략적 영토 확장에 주력을 두어왔음을 숨길 수 없다.
설사 어떤 전략 전술의 목적으로 대한항공의 민간항공여객기를 공격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소련이 자기 스스로를 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소련이 핵전쟁에로의 계기를 어떤 형태로라도 조작해서 세계인류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무슨 유익이 있다는 말인가?
민간항공여객기가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되는 그 순간 그 현장에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전혀 손쓰지 않고 그냥 그 사태를 묵인했을까.
우리가 대한항공여객기의 격추사건에서 오늘의 시대의 표지를 읽을 수는 없을까. 깊은 이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지성과 용기는 현대의 인간에게는 없는가?
지상의 평화가 선의(善意)만으로는 오지 않는 비구원적 현실에 참으로 현대세계의 비극이 있지 않느냐 말이다.
소련의 정치지도자들、공산당의 지도적 간부들이 전략 전술을 넘어서 인간성의 원칙에서 참된 반성으로 그들의 군사적 야만행위를 통회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여 참통회로 회심하여 잘못을 사과하는 동시에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조치를 시급히 취하여야 할 것이다.
죄 깊은 인류를 덮치는 모든 대사건과 대재해의 배후에는 반드시 심판의 주님이신 하느님의 결단이 있었던 지난날의 역사를 소련은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하느님의 심판은 저 세상 피안에서가 아니라 현실의 인류사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찾아온다는 놀랍고 무서운 벌인 것이다.
죄있는 자는、악을 행한 자는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뭇 민족은 떨쳐나서 여호시밧 골짜기로 나오라. 내가 거기에 앉아서 사방 모든 민족을 심판하리라 낫을 대어라. 곡식이 익었다. 와서 밟아라. 포도 술들이 찼다. 독이 차 넘친다. 뭇 민족의 악이 이토록 극에 달하였다』라는(요엘 4、12~14) 구약의 요엘서 말대로 하느님은 심판하시는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 슬픔을 나눠 갖고 희생자들의 유가족 및 친지들에게 애도의 뜻과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한국 국민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하고 특히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의 유가족 및 친지들과 함께 슬픈 마음을 같이하며 아울러 유가족을 보살펴주실 것을 하느님께 간절히 빈다는 말씀을 보내왔다.
우리 모두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에게 평화가 있기를 기도하여야하겠다. 그와 동시에 한민족의 평화를 위하여、세계평화를 위하여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정의와 자유를 통한 평화의 쟁취에 지성과 용기를 쏟아 평화이신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구원능력인 복음을 소련을 비롯한 모든 국가내부에 침투시켜야 할 것이다.
거듭 희생자의 유가족 및 친지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그 슬픔을 나눠 가지기를 강조해두는 바이다.
주여、2백69명의 희생자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며 당신의 영원한 빛을 또한 비춰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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