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에「茶山클럽」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일만큼 흐뭇한 뒷맛을 남겨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별별 모임을 다 가져왔고 또 지금도 그런 여러 모임들에 참여하고 있다. 같은 시골바닥 친구들의 모임인「향우회」중학교 고등학교「동기동창회」대학의 같은과 출신들의「동우회」그리고 비슷한 문학적 이념으로 뭉쳐진「시문인회」….
또한 회사의「낚시회」「테니스회」「蘭클럽」등 일요일이 멀다하고 쏘다니는 내 형편이어서「모임」이라면 어느 누구 못지않게 많은 곳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내 형편이다. 「茶山클럽」-역촌동본당에 나가는 신문기자들로 출발했던「다산클럽」은 81년 12가족 24명으로 그냥 무명인 채 출발했다가 3년 동안 이름도 짓고 회원도 37명(고문 3분과 가족포함)으로 늘어났다.
당초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도 보여서 담소하고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원래의 목표였던 친목에 깊숙이 도달한 것 같다.
어려운 일에 서로 협조하고 해결을 위해 자기 일처럼 나선다던가、기쁜 일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부인들은 모임이 있으면 의논해 음식을 나누어 해오고 세상이야기ㆍ가톨릭교계의 소식들、신문이야기 등으로 저녁 한 때를 보내는 즐거움을 맛본다.
무슨 특권의식도 엘리트의식도 그곳엔 없다. 민주적이며 또 남녀가 유별하지도 않다. 지난 30일 저녁에는 오랫동안 우리 성당에 몸담아 교우들의 숫자를 엄청나게 늘였던 김창섭 신부님의 환송겸 지금까지 세례를 못 받은 채 성당에 꼬박꼬박 나오던 유강휘 형제가 지난 28일 세례를 받은데 대한 축하의 모임이 이충우 형제의 집에서 열렸다.
미국에 공부하러 간 김희진 고흥길 형제를 빼고는 모두 모였다. 강남 쪽으로 이사한 안건혁 이현낙 형제까지 강을 건너서 부부 동반해 참석한 것이다.
가정마다 따로 음식들을 만들어 함께 모아 부페식으로 나눠먹은 이날 저녁모임은 석별과 축하 때문에 다소의 회비가 엇갈렸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최근에 떠난 고형제께는 김 신부님이 편지를 쓰고 우리 회원들은 모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앞으로 또 한 달 후쯤은 이런 모임이 있을 것이고 세검정으로 떠난 김 신부님도 그때쯤은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할 것이다.
「다산클럽」은 역촌동본당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비공식클럽이다. 그냥 일요일엔 함께 기도하고 끝나면 성당 뜨락에서 커피 한 잔씩 사마시고 헤어지는 그런 남의 눈에 안 드러나는 모임인 것이다. 그것은 전날이나 지금이나 꼭 같은데 다만 가톨릭이 잘되는 일에만은 너나할 것 없이 협조적이고 헌신할 따름이다.
그리고 자유스럽다. 이 모임을 운영하는데 무슨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그때그때 필요한 음식을 각자가 장만해서 그것을 모아 나누어 먹고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신부님이 양주 한 병을 차고 오는 것으로 우리는 만족해왔다.
음식을 들기 전의 기도、모임이 끝날 무렵 신부님의 기도로 귀로는 언제나 따뜻한 감개에 젖는 것이니까.
유형제가 영세함으로써 우리 다산클럽은 명실 공히 완벽해졌다. 한쪽이 영세 안한 부부는 아무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부부가 교우인 우리회원가정은 물론 가톨릭가정으로 대를 이어갈 것이다. 비슷한 직종의 가정들이 이렇게 모여 화려하지 않지만 단란한 모임으로 연결시켜 가면 그 평화로움은 분명히 가정은 물론 이 사회전체에 확산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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