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걱정 없는 사람은(나름대로는 있겠지만) 어린이들일 것이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자는 생후 5~6년까지의 철부지 어린이들일 것이다. 그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 땐 언제나 주저하지 않고 운다든가 엄마를 부르고 부모를 찾게 된다.
죽을 사람은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지만 그러나 자기네는 굶을지라도 그 어린 자녀들의 소원을 꼭 들어주고픈 것이 부모의 심정이다.
우리의 전부요 해방자이신 예수께선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쩌면 그렇게도 부자지간으로 말씀하셨는지…
복음서에도 수십 번의 말씀이 있지만 복음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주의 기도에만도 4번씩이나 하느님이 우리의 아버지란 말씀이 강조되어있다.
하느님이 아버지요 우리가 그의 자녀라면 세상의 모든 사람 즉 신자건 비신자건 우상 숭배자를 막론하고 아니 죄인이건 죄인이 아니라고 자처하는 많은 열심한 신자건 간에 다 형세들인 것이다. 죄인에게나 의인에게나 다 같이 비를 주시고 햇볕을 주시는 사랑이신 아버지께서 그처럼 아끼고 염려하시는 우리 모든 사람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워하며 그를 속이고 협박하고 이용할 수 있겠는가가 문제인 것 같다. 나의 생명이 나의 것도 부모의 것도 아니며 나를 극진히 사랑하시는 절대자로부터 주어진 것이리라 믿고 마침내 자고나서 성체 앞에 꿇었노라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밤 죽음에서 살려주셨음을.
바로 지난밤 사이에 화재로 교통사고로 지진으로 연탄가스나 기아로 아니면 질병으로 이 세상을 떠난 형제자매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말이다.
내가 돈이 많고 지혜가 있고 건강이 좋고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과 다른 형제들의 해방을 위하여 꼭 나 개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셨기에 나에게 생명을 연장시켜 주셨음에 감사와 통회의 눈물이 흐른다는 말이다.
어린이의 생활방법을 가르쳐주신 소화 데레사 성녀나 작은 자 되라고 일러주신 아씨시의 프란치스꼬 성인을 특별히 좋아하고 공경하는 이유가 모든 것을 아버지신 하느님께 맡기고 그에게 의탁하며 그를 신뢰하고 그에게 바라며 철부지 어린이처럼 작은 자로서 살라고 하셨기 때문인 것 같다.
세속이 주는 평화는 돈을 빌고 출세하여 호의호식하고 다른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기에 재난과 칼과 굶주림과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과 근심걱정에서 빼앗기고 굴복하는 것이지만 주님의 평화는 절대자이신 아버지께 근원을 두었으므로 경제적 가난함에서도 태평하고 마음의 가난에서 누리는 작은 자로서 책임의식이 없는 평온함과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전능하신 분의 아들로서 그에게 의탁하는 철부지 어린이로서 누리는 평화와 기쁨이겠으니 헐벗음과 기근과 박해와 죽음까지도 다시 발하여 물질적인 어떠한 것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순교자들이 누렸던 참된 평화인 것 같다.
그렇게 살 때 나의 생각대로 사는 것이 아니고 성령의 인도로 아버지 중심의 생활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마태오 복음 6장 24~34절에 있는 말씀 중『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란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끝맺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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