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교회 내 일부에는「한국 천주교회 선교 2백주년 기도문」과 그 상본에 대하여 물의가 일어나고 있다.
2백주년 기념행사의 준비에 있어서 외형적 회의적(會議的) 거대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하더라도 교회 구성된 전체의 기도운동이 선행되어 영성으로 심화되지 않는다면 그 기념행사의 의미가 감소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기도문이 갖는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2백주년의 해를 4개월 남겨둔 이 시기에 행사의 구조적 핵심을 조성할 기도문에 물의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기도문은 2백주년 기념 주교위원회의 감준을 거친 것이다. 그런데 감준한 바 있는 그 주교위원회는 확실히 이율배반적인 처리와 아울러 실수를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주교위원회는 2백주년이 한국천주교 창립 2백주년이냐 아니면 선교 2백주년이냐 하는 거론에 있어서 논의 끝에 그 어느 것도 택하지 않고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이라고 결정을 내렸던 것이기 때문이다.
2백주년의 명칭에 대한 확고한 결정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인데 아무튼 그렇게 결정했다면 모든 문서와 기타에 있어서 당연히 그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주교위원회 자신이 감준한 기도문에 있어서도 더욱 그러한 것이다.
기도문이「한국천주교회 선교 2백주년 기도문」이라는데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주교위원회 제22차 회의의 결정에 따르면 기도문은「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도문」이라고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가사 그 결정 이전에 이미 감준된 것이라 하더라도 주교위원회는 그것을 시정했어야 했을 것이다.
더욱이 주교위원회 사무처나 정신운동위원회는 기도문의 발행에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써 주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했을 것이다. 인쇄나 해서 배포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있을 수도 없지만 만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면 시급히 시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무릇 형식이 내용을 규정할 수도 있듯이 기도문의 일부 문구가 뜻하는 대로 안 된 것을 가지고 기도를 바칠 때 교회의 백성들에게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의식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말이다.
또한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도문의 상본의 문제는 그 앞면에 실린 복자화가 103위의 한국 순교자 가운데 55위만을 수록하고 있는 점이다. 실제 결과에 있어서 48위가 삭제되었음이 지적되고 있다.
이 상본에 실린 복자화의 원화는 서울대교구 혜화동 본당이 소장하고 있는 문학진 씨의 작품인「103위순교복자화」라고 한다. 그 원화에는 김대건 신부를 비롯 103위 순교복자 모두가 한 화폭에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도문의 상본에서는 왜 어떻게 해서 48위 순교복자는 삭제되고 55위 순교복자만이 실렸느냐는 말이다.
이 땅의 하느님 백성을 이제껏 이 민족의 순교자 중에서 단 한 분도 성인을 모시지 못해서 모두가 2백주를 계기로 하여 103위 복자의 시성을 열망하고 있는 오늘의 실정이다. 그리하여 김대건 신부 유해순회 기도회를 거교회적으로 개최하고 시성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그를 위한 기도를 온갖 정성을 다 해서 바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 심사를 관면하는 윤허가 이미 내려 103위 복자의 시성이 확실시 되고 있기는 하나 계속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사실 이 땅의 그리스도 백성은 불꽃 튀는듯 한 강렬한 기도를 지금까지 바치고 있다.
그런데 되풀이하거니와 어찌하여 한국천주교 2백주년 기도문의 상본에도 55위만이 실렸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상본 제작의 편의상 그렇게 했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바라건대 그 상본이 약 20만장 남아있다는데 기도문이 계속하여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을 폐기하고 새로이 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거듭 강조하는 바는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하는 모든 행사의 준비에 있어 하나 하나 신중을 기하여 은혜의 때를 의미 있게 맞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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