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생활에 만족하며 살던 내가 일상적인 생활과는 관계가 없는 문제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서부터 격렬한 고통에 휘말린 채 버티어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었다.
아무리 그럴싸한 위안거리를 생각해보아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내 자신을 지키려는 자존심을 일깨워 보기도 하고 준엄한 부덕에 벗어난 행위라고 양심과 협상을 해 보았지만 다음 순간에는 자제력을 잃은 채 모든 것이 시시하게 생각되었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는 그럴듯하게 생활하면서、뒤로는 아주 속물적인 삶에 놀랍게도 충실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통스런 마음속에 행복과 공상의 절대적인 지배자의 강인한 의지를 보게 되었다.
순간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견딜 수 없는 고뇌와 회한에 몸부림치며 반미치광이처럼 중얼 거렸다.
『여태까지의 삶이 이런 불행에 이르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단 말인가?』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한 외설스런 모독이다』
간신히 유지되었던 힘이 균형을 잃고 통렬한 슬픔에 꿇어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동안 나의 머리는 조금씩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 내재해있던 고결한 감정이 머리를 들며 신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내 나이 아직 어릴 적에-삶이라는 것을 조금은 심오하게 더러는 막연히 생각하기 시작할 때-나는 니이체나 스피노자ㆍ쇼펜하우어를 탐독하며 하느님에 대해서는 불신과 모멸을 느끼고 그리스도의 적이 되어 있었던 터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내가 나약해서 나 이상의 힘을 빌려는 것인가?」하는 통상적인 관념에 오랫동안 고민도 해보았지만 이 고민이 나의 내적인 성찰의 좋은 기회가 되어준 것 같다.
파스칼이 말하는 결정적인 회심(Conversion definitive)의 기회가 되었다면 너무 어마 어마한가?
어쨌든 그 이후 나는 비교적 반듯하게 섰고 가끔가다가 생사초월의 무아지경에 이르러 신을 접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오! 하느님!
모든 것은 당신의 섭리요 우연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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