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9月이 되면 복자성월을 기념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순교복자 대축일을 정하여 김대건 신부를 위시한 103명의 복자들이 남기신 모범을 기리게 된다. 이 103명의 복자들은 곧 성인의 반열에 서게 될 분들이므로、올해는 그들을 복자로 공경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국의 순교복자가 성인이 되리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더욱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야 할 사명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순교의 의미와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살펴보고자한다.
순교는 원래「증인」혹은「증거」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기위한「순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한「증언」의 극치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뜻이 동일한 단어로 표현된 것이었다.
순교자의 모범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는 일류를 구속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증거하기위해 강생하였고 죽음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모범을 따르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앙을 목숨 바쳐 증거하였다.
우리는 사도들의 시대이후 스테파노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서 이 증언의 행위를 찾아보게 된다.
특히 우리는 로마제국의 박해과정에서 자신의 신앙을 위해 직접 피를 흘린 무수한 순교자들을 기억할 수 있다. 교회사에서는 이들을「붉은 순교자」로 부른다. 이 붉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는 신앙의 새로운 씨앗이 되었다. 그런데 로마제국의 박해가 끝난 이후 교회에서는 지난날의 순교자들을 본받기 위한 신앙운동이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순교의 원래 의미인 증거와 성인이란 개념을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직접 피를 흘리지는 아니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는 행위가 존중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당시의 교회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푸른 순교자」로 부르게 되었다. 신앙을 증언하는 행위가 순교자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는 길임을 밝혀 제시해주게된 것이다.
우리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증언하는 교회、그리스도를 위해 순교하는 교회였다. 그러므로 순교에 관한 신학적 교회사적 의미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히 연구되어있다. 우리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에서 성취한 이러한 순교의 뜻을 우리의 신도들에게 좀 더 명확히 전달할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는 순교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순교는 한국사적 사건이었으며 한국사의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일들이었다.
순교자들은 신앙과 사상의 자유를 외치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랐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순교자들은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고자했던 인격인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그들의 행위는 이 땅에 근대적 思惟方式의 출현을 선도했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오늘의 우리교회는 순교가 가지고 있는 한국사적 의미를 밝히려는데에 좀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시성 시복이 교회의 단순한 행사가 아닌 전 민족의 기쁨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순교는 자신의 삶을 통한 연속적 증언의 결과였음을 우리 신도들은 기억해야할 것이다. 우리가 순교복자들을 공경하는 까닭은 그들이 보여준 최후의 장엄한 광경 때문은 아니다. 순교자들은 순교하기 이전에도 증언하는 삶을 살았다. 이 증언하는 그들의 삶이 그들에게 순교의 영광과 복자로서의 영예를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 점을 기억하며 생활을 통해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의 행위를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순교의 정신을 이어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순교자들은 이제 성인의 반열에 서서 세계인의 존경과 공경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 103명의 순교복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시복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의 교회사에는 주문모(周文謨) 신부 정若鐘 이順伊 姜完淑 등과 같이 그침없는 증거의 생활을 하였으며 장엄한 순교로 자신의 최후를 장식한 많은 이들이 있다.
그리고 피를 흘린「붉은 순교자」는 아니었다하더라도 희생적인 봉사를 통해「푸른 순교자」가 되었던 崔良業 신부와 같은 이들도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순례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 모두가 시복시성의 영광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우리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를 증언할 수 있는 자신의 각오를 다지며 우리도 그들의 순교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사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복자성월과 복자축일을 보내며 우리교회는 지난날의 순교자를 현양하며 오늘의 증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