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나는「루르드」를 찾았었다. 어렵게 어렵게 찾아간 루르드였다. 西南佛의 최대도시며 포도주의 고장인「보르도」에서 공부할 때였다. 실상 보르도에서 루르드까지 가는데는 열차로 두세 시간 정도면 충분한데도 나는 빠리에서 마르세이유로、니스까지 갔다가 바이엔느로 가는 이른바 프랑스 일주여행의 일환으로 루르드에 간 것이었다. 새벽같이 출발한 열차는 긴 여름 낮을 가로질러 저녁에야 루르드에 닿았던 것인데 호텔에 들자말자 침대에 드러누워 움쩍도 하기 싫었었다.
비가 내리는 저녁 길을 달리다시피해서 스낵바에 들러 바게트 빵에 장봉 몇 개를 넣은 한 토막으로 식사를 하고 목이 메어 맥주 반잔을 마신 다음 그 성지로 간 것이었다.
보고 느끼고 한 것은 우리 본당의 金昌錫 신부님께 편지로 썼고、그것이 가톨릭新聞에 실렸다. 돌아와서야 그때의 신문을 어떻게 어떻게 구해 읽었지만 글이란 이토록 실제 감정에 미흡한가 하는 느낌도 있었다. 실제로 글은 미묘하고 벅찬 감정을 표현하는데 부족한 것 같다.
그 루르드에 관한 기사를 르몽드紙에서 읽을 기회가 있었다. 바캉스에 가볼만한 곳으로 루르드가 선택된 것이었다. 르몽드의 제목은『루르드에 가보면 루르드는 없다』란 것이었다.
말하자면 옛날의 성지 루르드가 아닌 형편없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가워서 나는 읽어보았다. 너무 많은 관광객에다 기념품 파는 상점이 집결해서 성지로서의 품위가 손상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호텔과 팡시오(여인숙같은곳)는 4백 개나 되지만 만원인데다 불친절하다고도 했다.
『여기는 무신론자들의 목장이 아니예요. 한데도 무신론자들이 몰려와요』루르드에 온 어떤 프랑스인의 불평이다.
그러나 기사의 대부분은 루르드의 아름다움、성스러움에 대한 찬사와 소개로 채워져 있었다. 여러 가지의「奇跡」에 관한 소개도 있었다. 지금까지 1백80만 명의 치명적인 환자가 루르드에 와서 미사에 참여하고 기적의 물을 마시고 목욕하여 6백 명이 회복했다는 통계도 밝히고 있다.
그 때 내가 루르드의 겨울을 못보고 온 것이 무척 한스러웠다. 눈 덮인 피레네산맥이 아득히 올려다 보이는 루르드의 겨울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라 상상했는데、귀국준비로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루르드는 빼먹어야 했던 것이다. 내가 없는 가운데 마음病이 들어 누운 고국의 아내를 위해 한 컵 분량이라도 루르드의 기적의 물을 담아오고 싶었는데 마음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병만 나지 않았어도 루르드에 함께 가 물도 마시고 해서 모든 불행에서 해방될 수 있었는데…. 그녀의 병은 긴 비행기 여행을 가로막고 말았던 모양이다.
지금쯤 루르드 주변은 단풍이 한창일 것이다. 더 넓은 광장의 잔디밭은 병풍 같은 산의 단풍빛 때문에 더욱 파랗고、몇 개의 노란 잎들이 바람에 실려가 누워있을 것이다. 비록 미신자들이 놀이삼아 들락거리고 하지만 그곳은 성스럽고 조용하며 성가 소리가 마음을 사로잡고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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