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금년에 군인주일 제정 제16회를 맞는다. 해마다 군인주일이 되면 이날이 갖는 의의와 군종사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곤했다.
그동안 군종신부단의 꾸준한 발전으로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요 또 이렇게 되기까지 직접 뛰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내년에 한국 교회 2백주년을 맞으면서 한국 사목 전반에 걸쳐 근본부터 다루고 쇄신해 나가는 이 마당에 군종신부단에게도 보다 나은 발전책을 기대하는 바이다.
먼저 한국 군종사목은 우리 온 교회의 공동책임임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한국의 군종 사목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독특하고 그 비중이 높다. 그 이유는 한국의 모든 청년이 의무적으로 3년간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과 교회가 이 모든 이들에게 집단적으로 종교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이런 종교적 교육을 통해서 사생관(死生觀)이 확립되어 신념 있는 용감한 군인이 되게함은 물론 건전한 민주시민, 선량한 시민으로 육성하는 국가적 차원의 교육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은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주거지와 행선지를 임의로 옮길 수 없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살아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고향 떠나 자기 탓도 아니면서 미사와 각종 성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저들에게 본당처럼 신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자세보다 전ㆍ후방 각지에서 이들을 찾아다닐 수 있는 특수 신분의 사제가 있어 이들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컨대 누구나 환경에 크게 지배되기 마련이므로 군생활 3년간의 환경은 그들 젊은이의 인생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간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경말씀대로 적당하고 적당치 못함을 가리지 말고 포교해야할 사명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 기간을 부지런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만사에 때가 있는 법이므로 교회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바라는 저들에게 선교할 수 있는 이 호기를 놓쳐서는 안되겠다.
군인 생활은 때로는 위험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군에 와서 냉담자들도 대개는 회심하고 믿지 않던 자들도 믿고 싶어지기 마련이어서 1년에ㆍ수천 명씩 영세 입교하고 있으며 영세ㆍ입교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천주교가 좋다는 것을 알고 고향에 돌아가게 되므로 예비선교가 되어 후에 본당에서 그 결실을 거두게 되는 사례를 흔히 발견하게 된다.
다음은 사제의 효율적 활용책이다.
교회는 부족한 사제를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벽촌에서 본당운영도 제대로 안 되는 공소격인 본당은 큰 부대에서 사목하는 인근 군종사제가 겸임하고 큰 본당 인근 작은 부대는 인근본당에서 사목한다면 적지 않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력도 없고 돌보기에도 까다롭고 귀찮은(?) 군인 병사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교무금이나 낼 수 있는 장교와 가정에 대해서는 관할권 운운하면서 권리 주장하는 교회가 만에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 교회는 분명히 본당살림을 위한 신자 관리가 아니라 신자관리를 위한 본당이 되어야하는만큼 권리주장에 앞서 신자들을위한 헌신적 봉사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신자들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본당에서 군에 간 교우들의 부대주소를 군종신부단에 알려 찾아갈 수 있게 하고 군에서 영세한 군인교우들을 본당에 연락하여 후에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본당과 군종신부단간에 상호 유기적인 업무협조로써 군인사목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군종사목의 베테랑 양성문제이다.
예로부터 인간은 평등하다 하지만 각자가 지닌 재능과 능력에도 차이가 있는 법이다. 그러기에 어느 단체이건 질서 유지와 업무 능률을 위하여 오랜 세월동안 경험의 축적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시야를 넓혀 능력을 배양하고 인간관계가 계속되어 사목의 협조자를 많이 얻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구마다 군 사목에 적성이 맞는 사제를 일부 양보하여 일정수준에 달하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의무연한 3년만으로 군 사목을 이어 나간다는 것은 인간관계나 업무면에 일관성이 없고 전통과 역사의 흐름에 느낌이 없기 때문에 사목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끝으로 군종사목의 총 본부-군종회관건립 문제이다. 교구마다 센터ㆍ교구회관이 있듯이 군종사제의 인원조절과 함께 그의 협력자들을 양성하고 교회와 군의 모든 중재역을 하는 군종신부단 본부와 역대로 군과 관계되는 모든 이들의 정신적 복지회관ㆍ성당ㆍ피정의 집ㆍ군종후원회ㆍ군종수녀원 기타 각종 회합장소ㆍ일반신자들의 연수회ㆍ피정을 위한 대여 등등의 목적으로 가톨릭 군종회관이 2백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이미 독지가에 의해 대지 3백 평은 확보되었으므로 멀지 않아 군종사목의 요람이 될 군종회관이 그 우람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군종사목에 밝은 서광이 비추이니 박수와 함께 희망을 건다.
외형적인 센터건립과 더불어 더욱 알찬 내실을 기해간다면 한국군종사목의 앞날은 밝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군종사제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군종사목에 대한 전 교회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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