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은 9월 27일 앵베르 주교와 金大建 신부를 비롯한 한국의 순교복자 103명 전원을 성인품에 올리기로 최종확정하였다. 곧 성인으로 선포될 이들 가운데에는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때 순교한 79명의 순교자가 있다. 이들은 1925년에 시복된 분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1968년에 시복된 병인박해의 순교자 24명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한국순교복자 103명은 올바른 믿음과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의 증거자였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위대한 신앙인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윤리와 도덕의 극치를 발견하게된다. 이로써 그들은 우리 민족이 인류의 존경을 받고 참으로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또한 그들은 진리와 정의와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인류에게 사표가 될 수 있는 분들이었다. 그러므로 한국순교복자 103명의 시성확정발표는 한국교회와 민족의 기쁨임과 동시에 착하고 올바른 마음을 가진 모든 인류의 기쁨이며 영광인 것이다.
우리는 이 영광과 기쁨을 과거의 순교자 및 그들의 시성을 위해 노력한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쁨을 온 인류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교회는 민족에 대한 자신의 책임과 세계교회와 인류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의 발표를 계기로 하여 우리는 한국교회사의 새로운 마당을 준비하며, 순교자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는 결의를 새롭게 해야 한다.
시성 확정발표는 한국교회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시해주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인을 배출한 나라의 성숙한 교회가 되었다. 그러므로 성인의 나라인 한국의 교회는 인간소외와 황금숭배가 만연되고있는 현세에서 민족과 인류에게 참다운 희망과 빛을 제시해야 할 교회로의 변모를 요청받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민족을 위해 봉사하며, 이 땅에서 그리스도가 명하신 화해와 일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자신의 내적 성장과 질적발전을 향한 결의를 더욱 확고히 해야한다. 또한 한국교회는 인류와 세계교회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교회는 인류와 특히 제3세계의 선교지역 교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인류를 위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실천해 나가야한다.
우리는 이번의 시성 확정발표를 기회로 하여 좀 더 넒은 시야와 의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박해시대이래 지속되어 내려온 2백년에 걸친 우리의 소망과 노력이 완수되도록 힘써 준 모든 이들에게 이번의 영광을 넘겨드려야 한다.
오늘의 시성 확정발표가 있기까지에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순교의 기회마저 포기하고 순교자의 행적을 기록에 남겼던 위대한 신앙인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순교자를 복자품에 올리기 위하여 노력한 빠리외방전교회의 선교사들도 있었으며 순교자의 모범을 따르고자 노력하면서 그들의 시성과 시복을 기도한 지난날의 신도들도 있었다.
또한 여기에 시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한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도들과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당국자들도 포함되어있다. 이와같은 모든 이들의 염원이 시성 확정발표로 결실을 보게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의 발표가 오직 오늘날 한국교회의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단견을 피해 나가야 할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영광을 순교자와 그밖의 다른 모든 이들에게 돌릴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것만이 성인을 모시게 된 성장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올바른 마음이다.
또한 우리에게는 시성이 국력신장을 반영하는 것으로만 보는 사고방식의 극복이 필요하다. 한국의 순교자들은 오늘의 국력 때문에 시성된 것은 아니며 그들의 시성이 국력신장을 상징하는것도 아니다. 그들은 고귀한 신앙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보편적 진리를 사랑하는 위대한 모범을 인류에게 보여주었으므로 시성될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성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한국순교자의 시성을 교회의 기쁨으로만 머물러 두어서는 아니된다. 시성식이 거행되기까지는 얼마간의 기간밖에 남아 있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기간동안에라도 시성을 민족의 기쁨, 인류의 기쁨으로 승화시키기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시성되지 아니한 무수한 순교자들이 있다. 이들의 성덕을 밝히어 이들도 시복과 시성의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시성 확정발표는 이번의 시성에서 제외된 위대한 순교자들을 위한 우리의 새로운 결의를 촉구하는 채찍이기도 하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며, 그들을 현양하는 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교회에는 감사의 기도와 함께,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 위한 기도가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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