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란 한마디로 믿음이다. 믿음은 또한 일상속의 생활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리들은 신앙에 대해 굉장히 골똘하게 부딪쳐야 할 하나의 시련이 있다.
그것은 신앙을 갖는 목적이 항상 무언가를 바라는 간절한 욕구, 의식적인 기도가 믿음의 기도라고 한다.
대부분 모든 사람들의 기도는 무엇인가를 바란다. 물질적인 사업의 번창을 위하여, 자녀가 우등생이 되어줄것을 바라는 등 여러가지다.
그리고 우물에서 숭늉찾는 격으로 금방 기도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때는 절망과 좌절과 온갖 원망과 푸념뿐 아니라 신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마저도 부정해 버리는 약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신앙에 대해서 아는바는 없으나 다만 한가지 신앙은 믿음이고 일상생활의 마음가짐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나는 2주일전에 위가 너무나 아파 그 고통에 견딜 길 없어 누구나처럼 천주님께 이 아픔을 없애 달라고 매달리고 매달렸다. 그렇지만 고통은 끊이지 않고 온 육신을 갈아 뭉개며 심한 구토증과 속쓰림으로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다. 나의 기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드디어는 천주님을 원망하며 울분을 쏟았다. 『천주여, 진정코 당신께선 너무 무심하십니다. 어찌 이토록 소녀를 고통속에 빠지게 하십니까. 진정 이토록 깊은 시험에 들어야만 합니까? 성서에서 당신은 병든자를 낫게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모두 거짓말이 아닙니까?』
나는 끝없이 계속되는 고통속에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이 마구 지껄여 댔다.
얼마나 긴 시간 동안이었는지는 모르나 푸념으로 가득한 공간위에 나의 아픔이 고통으로 굳어버릴때 천주님께서 아픔만을 가벼이 남긴 채 진한 고통을 거두어 가셨다. 구토증이 멎었다. 가슴속에서 새까맣게 방황하던 우울한 맥박의 소음도 조용히 질서를 지킨다.
『천주님 감사합니다』나는 갑자기 잠시동안이나마 주님을 원망하며 이기심에 빠졌던 가슴을 치며 통회의 기도를 외었다.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골고타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고통을 받으실 때에도 당신의 허물인듯이 고통을 참으셨건만 어찌 나는 나만의 아픔 때문에 이토록 서러워 할까?
다시 위의 고통이 시작됐다. 나는 다시는 천주님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천주여! 소녀의 고통이 아픔에 찢기웁니다. 아픔이라기엔 너무나 가혹한 고통입니다. 아픔만을 내치소서. 천주여 나만의 천주여, 아픔만을 신음하게 하소서. 아닙니다. 당신께서 무겁게 지고가신 십자가의 고통이 소녀의 미천한 육신도 나눌 수 있다면 더없는 영광입니다. 천주여! 이 고통 달게 받겠습니다.』
나는 나의 아픔을 주님의 십자가에 못박혀 피흘리심에 진실히 포개며, 차라리 내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내리지 않으시고 나에게 내려 주심을 주님의 은혜로 생각하며 가슴깊이 통찰의 성호를 그으면서 천주의 모든 사람이 원수를 사랑한 것으로 시작했듯이 고통이, 절망이, 좌절이 당신의 진정한 사랑임을 명심하며 당신께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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