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성인 탄생!』
『103명 성인품위ㅡ기적!』
『한국인의 경사!』
복자성월인 지난달 27일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님의 주재로 열린 성인심사위원회가 한국순교복자 103명을 성인품에 올리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매스콤은 일제히 보도하였다. 그것도 온갖 찬사를 다 동원하여! 어떤 신자는 타종교를 믿는 친구에게서 축하인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정말 기뻐해야할 일이다. 우리 조상들이 성인품에 오르시어 전 세계 신앙인들로부터 공경 받게 되었으니. 어느 나라 성인들에 못지않게 굳은 신앙을, 하느님께 대한 뜨거운 사랑을 증거하신 분들이 바로 우리 순교선조들이 아닌가. 자랑스런 선조들의 성인품은 우리 후손들에게는 더 없이 큰 영광이요 기쁨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뻐해야할 지금 마음 한구석이 비어있는 듯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선진국이 먼저인지, 올림픽경기개최국이 우선해야하는지 살펴보기도 전에 밑바탕이야 어떻든 올림픽만 개최하면 자동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든다고 믿는다면 이는 분명 한심한 노릇이다.
그러나 우리도 만일 「성인을 가진 나라」 대열에 들게 되었다고 그 자체만 떠들어댄다면 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네들의 조상이 아브라함이었다는 점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며 그 후손들도 따라서 축복받았음이 자랑스러울 수밖에!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이스라엘 사람들을 꾸중하셨다. 그이들은 자기네가 온갖 승전수단을 다 동원하여 아브라함을 찬양하고 자기가 그 후손임을 강조했을 뿐 자신들의 생활은 아브라함의 후손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의 하나라도 우리가 성인을 가지게 된 나라로서 ㅡ그것도 103명이라는 대부대 ㅡ이제 「선진(?)교회」 대열에 들게 되었다고 하면서도 우리의 실제생활이 성인조상을 모신 사람답지 못하다면 주님의 꾸중을 피할 길이 없으리라.
그렇다. 우리는 말로만 순교선열들을 찬양하고 그 후손임을 떠들어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조상이 성인품에 오르신 영광과 기쁨은 바로 우리 후손들이 선조들처럼 하느님을 믿고 선조들처럼 이웃을 사랑하는데 있을 것이다. 선조들께서 가신 길을 우리도 따라가며 선조들이 사신대로 살고 선조들의 정신을 오늘날 이어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리라. 그러므로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우리 선조들이 성인품에 오르셨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성인조상을 모신 후손답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여겨진다.
『신자로서 양심을 속이지 않고 신자답게 살아가자니 참으로 힘이 듭니다』ㅡ종종 듣는 말이다. 공무원신자나 사업을 하는 신자, 남들처럼 버젓이 살아보겠다는 신자들이 하소연 하듯 들려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성인품에 오르게 되었다고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순교선열들의 시성이 우리의 장식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 조상들의 순교정신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불의와 타협하여 일시적인 이득을 얻으려 할 것이 아니라, 체면이나 얄팍한 명예를 찾을 것이 아니라 순교자들처럼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성실히 뒤따르며 영원한 행복을 얻으려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야한다.
오늘의 순교정신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순교자들이 성인품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집필해주신 이유경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안동교구 예천본당 주임이신 이영길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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