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당신 종이 왔나이다. 오로지 주님만을 따르려 왔나이다…』
신부님!
신부님을 마지막 떠나보내는 영결미사는 서럽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신 주님이 계시기에 우리 신부들은 행렬하여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로지 주님만을 따른 신부님의 일생을 단적으로 설명해 이 성가를 부르면서,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뿌옇게 된 허공을 바라보며 앞 사람을 따라 제대 앞에 이르렀습니다. 모두들 슬픔을 억제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직 신부님만이 사진 속에서 느긋이 미소를 짓고 계시더군요.
교구신앙대회가 있던 지난 3일 우리들은 모두 기차로, 버스로 신앙대회 장소가 있는 상주로 향했습니다. 교구 모든 본당의 형제자매들이 한 믿음으로 일치하여 주님을 찬미하고, 우리 신앙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기리고자하는 믿음의 큰 잔치에 모여온 우리들은 복잡한 기차여행에도 지루한 행렬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쁘기만 했지요. 그런데 누가 알았습니까? 우리를 기다리는 소식은 바로 신부님의 죽음이었음을! 너무도 놀란 우리들은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초하루 봉화에서 은경축을 지내실 때 그리도 소박하게 웃으시며 즐거워하시던 신부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니 더더욱 서럽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혈압 때문에 당한 고통을 이겨내시고 또 신장결석 제거하는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으시고 회복기에 들어가셨던 신부님, 더 이상의 병은 이젠 앓지 않고 건강하시리라 믿었는데…
신앙대회를 마친 우리 신부들 몇몇이 그 밤으로 신부님을 찾아가보았지요. 안동 목성동 주교좌성당 - 제대 옆 소성당에 신부님께서 영대를 멘 채 누워계시더군요.『신부님! 뭐 이런데 누워계십니까? 어서 일어나세요!』하면 큰 입을 우뚝 솟은 코 밑에 쩍벌리고 환하게 웃으시며 금방이라도 일어나실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의 착잡한 마음과 신부님의 평화스런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습니다. 평화- 한 사람으로서, 한 사제로서 모든 고통과 번민을 다 이겨내신 신부님이 당연히 누리셔야만 하는 하느님의 상급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신부님! 어느 누구보다도 신부님께서는 많은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어머니를 여의고 이모의 손에 자라나셨다지요. 병이란 병은 빼놓지 않고 다 앓을 정도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셨고 가난했기에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집에서 아버지의 농사일을 거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배우신 부지런함과 소박한 생활 그리고 검소한 삶은 신부님의 일생동안 계속 드러났습니다.
뜻한바가 있어, 아니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어 22살에 소신학교에 들어가 32살에 신부가 되었고,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이 땅에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셨습니다. 받은 성소에 충실하기 위해 남다른 각오를 하셨겠지만 그동안 살아왔던 정든 고국 불란서 산천을, 더욱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먼 땅으로 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신부님을 맞이하던 이 땅은 50년대 후반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어딜 가나있던, 한마디로 비참한 곳이었습니다. 허나 내가 뼈를 묻을 곳은 이 땅이라고 하시고, 이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해주어야한다시며, 생소하고 어려운 말과 풍습을 배우시기 시작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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