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행동은 어느 것이 먼저일까? 생각하는데 따라 행동한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고 만다』라고 말한 서양 철학자도 있고 보면 생각과 행동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
요즈음 많이 유행(?)하고 있는 신앙대회를 보면서 이런 생각과 행동은 세월과 함께 바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믿음을 나타내는 외적행사-특히 외교인들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외부행사로는 성체거동과 현양대회등이 주축을 이루지 않았나 싶다. 이것은 크신 하느님이 비천한 우리 인간 앞에 드러내 보이시는 영광을 흠숭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에 비해 요즈음은 주로 신앙대회를 가지는 것 같다. 성체거동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신앙대회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가 왔거나 오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를 테면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곧 믿음과 행동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믿음을 증명할 수 있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신앙대회를 통해 영세 때의 신앙고백을 재확인하며 신앙인의 자세를 새롭게 다짐하는 것이리라.
전국차원에서 혹은 교구 적으로 열리고 있는 이런 신앙대회는 지난 1976년 레지오단원들을 위한 신앙대회를 위시하여 금년 상주에서 가진 대회까지 5차례의 신앙대회를 치른 안동교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가난하고 빈약한 교구이지만 전국교회를 위해 무엇인가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기쁠 따름이다.
작년에는 이곳 예천본당설립 50주년을 맞아 이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 믿음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인근 본당의 신자들을 초청하여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신앙대회를 열었었다. 미사시간 전까지 흐리던 날씨가 입장 행렬할 때, 우리와 더불어 비도 같이 들어오게 만들더니 미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함께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 그 바람에 힘들여 모셔왔던(?) 외교인 친구들이나, 호기심에 구경나왔던 사람들이 그만 다 돌아가 버리고 신자들만 남게 되었다.
그때 우리 신앙대회의 목적을 그르치게 한 하늘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지만 가을비를 막아주지 못해 흠뻑 맞고 서있는 신자들에게는 얼마나 미안했는지! 그래서 가져온 우산도 마다하고 같이 비를 맞으면서 타오르는 원망을 식혀야만 했었다.
그러나 신앙대회가 끝나고 났을 때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참석했던 신자들이 떠나갈 때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된 운동장을 깨끗이 하고 간 것을 보고하는 칭찬의 말이었으며, 그렇게 비가 오는데도 조금도 자세를 흐뜨리지 않고 끝까지 경건하게 참여하는 것을 보고 하는 경탄의 말이었다! 아무리 재미있고 일류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쇼나 영화라 하더라도 그처럼 오는 비를 맞으며 끝까지 남아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모진 환경 속에서 꿋꿋한 신앙인의 자세를 직접 보여주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비 때문에 많은 희생을 치른 것이 사실이지만 바로 그 비 때문에 신앙대회의 목적은 물론이거니와 덤까지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끝마무리 지워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고 그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우리 눈에 놀랍게만 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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